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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Nov 20. 2018

새치기 브로커가 나타나다

#상해일기 5. 상해 디즈니랜드 #트론



월요일은 디즈니랜드 가는 날! 언제 가든 사람이 많겠지만 그래도 평일이면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월요일로 정했다. 일곱 시에 일어났지만 조식을 먹고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아홉 시. 셋이 한국에서부터 고이 맞춰 들고 온 미키마우스 티를 입고,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랜드로!



SSWA의 조식은 괜찮았다. 테라에서 먹을 수도 있었는데 비몽사몽인 우리는 그냥 시원한 실내에서. 음식은 그게 무엇이든 중국의 맛이 났지만 그래도 잘 먹었다. 우리나라의 맛없는 식당에 가면 있을법한 맛없는 김치도 있어서 볶음밥이랑 먹었다. 밥은 아무리 맛없어도 김치랑 먹어야 제맛이지. 디저트로 미니 케이크도 예쁘게 놓여있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케이크는 넘어가지 않아서 패스.




랜덤으로 받는 표, 나는 구피가 나왔다.


새치기의 연속
브로커가 나타나다


상해 디즈니랜드 도착. 전철에서 내렸을 때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역시 평일이라 그런가 보다 하며 시시덕거렸는데 디즈니랜드 입구에 도착하고선 말을 잃었다. 온 세상 사람들 여기에 다 모아놨네. 그래도 우리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갔기에 티켓 발권 줄에는 서지 않고 입장 줄에만 섰다. 소풍을 온 학생들, 가족들, 친구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야단법석 했다. 입장 시간까지는 한 시간도 더 넘게 남아 뙤약볕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다.

참 신기도 하지. 분명 열 맞춰 줄을 잘 서있는데도 새치기가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새치기 브로커도 있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한 남자가 여덟아홉 명의 대식구를 이끌고 사람들 사이를 뚫기 시작했다. 뚫린 사람들 사이에 우리도 포함. 그는 끌고 간 사람들을 줄 맨 앞에 끌어다 놓고는 돈을 받고 유유히 사라졌다. 나를 포함 여럿이 뭐라고 했으나 그에게 들릴 리 있나. 심지어 내 말은 알아듣지도 못할 한국어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 줄에는 그 말고는 더 이상 브로커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소소한 새치기는 여전해서 디즈니랜드에 들어가기도 전에 진을 다 뺐다.

 


디즈니랜드에는 패스트 패스가 있다. 인기 있는 놀이기구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입장 시간이 적혀있는 표를 뽑은 후, 다른 곳에서 놀다 시간에 맞춰 가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다른 놀이동산에도 비슷한 게 있다고 들은 듯도 한데 원래 놀이동산을 잘 안 가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래서 다들 입장하는 순간 인기 있는 놀이기구 쪽으로 뛰어가 바로 타거나 패스트 패스를 뽑아둔다. 상해 디즈니랜드에서는 트론과 캐리비안의 해적이 제일 인기 있는지 다들 그쪽으로 뛰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포기한 우리는 굿즈샵부터 갔다. 뭘 사면 좋을지 미리 훑어본 뒤 나와 그제야 느긋하게 트론을 향해갔다.



새치기 또 새치기!


패스트 패스 줄이 의외로 짧길래 혹시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봤지만, 이미 끝! 대신 버즈 놀이기구의 패스트 패스를 뽑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이게 어디야. 하지만 결국 버즈는 탈 수 없다. 이왕 트론 근처까지 온 김에 한 번 타고 가자하고 줄을 섰는데 무려 세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기에 기다리는 사이 우리의 버즈 패스트 패스 시간이 끝나버렸다.


우여곡절 많던 트론 기다리기. 어느 가족이 디즈니랜드에서 쳐놓은 모든 줄을 걷어내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심지어 브로커도 사람들 사이를 뚫는 정성을 보였는데 이 사람들은 그마저 귀찮았는지 줄을 걷어냈다. 어마어마한 새치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가족 일행이 우리를 지나치자마자 가던 길을 막았더니 한 명이 우리 뒤에 남았다보더라. 앞서있던 여럿이 우리를 노려보며 뭐라고 했으나 더위와 새치기에 화나 있던 우리를 이길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했고. 사실 여기서 이기고 지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새치기를 안 하면 되잖아! 계속 우리에게 블라블라 욕하며 노려보았으나, 우리가 똑같이 노려보고 한국말로 블라블라 했더니 눈을 피했다. 새치기하지 말라고! 그렇게 몇십 분을 있었나 우리 뒤에 남은 가족이 중학생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 학생에다가, 그 가족 중 홀로 우리에게 미안해하는 듯해 안쓰러워서 앞으로 보내줬다. 그랬더니 내내 우리를 노려보던 가족들이 뭐가 좋다고 웃어 보인다. 특히나 화를 내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두 명은 나한테 장난을 걸기까지 했다. 속도 참 좋다.



겨우 내 자리를 보전해서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왔다. 안경이 날아갈까 벗고 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저 속이 안 좋고 어지러울 뿐 그 어떤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허무하게 사라진 나의 세 시간!


온통 미키마우스 뿐!


너무 어지러워 입맛도 없었다. 그래도 뭔가 먹긴 해야 할 것 같아 식당을 찾다가 트론 옆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트론을 타고도 속이 멀쩡한 아이들은 햄버거 세트를, 머리가 아픈 나는 치킨너겟을 먹었다. 이것도 겨우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치킨너겟은 비싸기만 하고 맛은 그저 그랬다. 지극히 평범한 패스트푸드점의 맛. 아이들은 햄버거가 맛없다고 했다. 맛있는 거만 모아 만든 햄버거가 맛없기도 힘든데! 하지만 우리가 누구야. 비싼 돈 주고 산거라 다들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P에게 상해를 가자고 꼬드기면서 디즈니랜드에 가면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풍선을 사주겠노라고 큰소리쳤지만 사지 않았다. 상해 시내에서 디즈니랜드를 오갈 때 전철을 타는데 이 (바람이 들어있는) 풍선을 들고는 탈 수 없단다. 그렇다고 비싸게 주고 산 풍선을 터뜨려서 흐물흐물한 상태로 가지고 돌아올 수는 없었다. 풍선을 들고 사진 찍을 생각에 들떠있던 내가 P보다 더 아쉬워했다. 그런데 또 막상 사려하니 마음에 드는 깔끔한 풍선도 없었다. 왜 이렇게 풍선에 프린트를 잔뜩 해놓았담.



P와 D는 지치지도 않는지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가고, 트론 때문에 머리가 아픈 나는 홀로 굿즈샵을 떠돌았다. 마침 아이들이 타려는 놀이기구 옆에 푸 굿즈샵이 있었다. 귀여운 푸 인형이 있었지만 나는 푸를 좋아하지 않아 구경만 했다. 따지고 보면 나는 딱히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도 없으면서 디즈니랜드에 가자고 노래를 불렀네. 그래도 귀엽긴 해서 한창 구경하고 있으니 늦을 것 같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놀이기구를 타려면 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세 시간이나 기다릴 만큼의 놀이기구냐, 그건 또 아니지. 그래서 놀이기구는 포기하고 굿즈샵 앞에 있는 푸와 사진을 찍었다. 줄 서서 찍는 거였는데 이 줄에 서있는 성인은 우리뿐이었다. 아무렴 뭐 어때.


2017년 8월 21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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