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캐처 가게 아저씨가 말하는 올바른 경쟁

by 양애진

쉬운 마음으로 시작한 한식집 가게 간판 디자인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사장님은 웃겼던 만큼 까탈스러웠고, 아주 미세한 차이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변심도 수정도 잦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옆 가게 지미 아저씨의 간판도 함께 작업해야 했다. 지미는 사장 삼촌과 동업자는 아니고 동간자(동일간판자?)로, 드림캐쳐 가게 아저씨인데 빠하르간지에서 꽤나 오랫동안 장사를 하신 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 부자 장사꾼이랄까. 쨌든 그렇게 간판 디자인은 다 끝난 줄 알았다...



첫 번째 방문

완성본을 들고 들뜬 마음으로 지미에게 달려갔다.

"지미 나 끝냈어. 보여줄게!"

완벽하진 않지만 그 촌스러운 명함보다는 훨씬 나으니 분명 좋아하겠지?... 는 아직 인도와 인도인을 잘 모르는 나의 오만한 착각. 돌아오는 반응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음..."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화면을 빤히 보고만 있다...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너 이 사진 못 찾았니? 이게 더 자연스럽잖아"

하며 그 촌스럽디 촌스러운 명함을 다시 보여주는 지미.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 달란다.... 아니 한 번 봐도 두 번 봐도 수십 번 쳐다봐도 저건 아닌데 대체 왜?!!!!!! 하... 이들에게는 아직 일러스트 그림이 익숙하지 않은 건가. 철저히 내 중심으로만 생각했었나. 대체 나는 지금까지 무얼 한 거지.. 아... 두야..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그런 나를 보며 낄낄대시는 사장님.

"거봐, 이곳 사람들은 완전 유치하고 칼라풀한 걸 좋아한다고 했잖아. 무조건 크고 무조건 튀어야 해. 항상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해야지."



두 번째 방문

그래. 내 욕심은 완전히 버리기로 했다. 그냥 지미 아저씨가 원하는 그. 대.로.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 나는 그저 일개 하청업자일 뿐이니까. (정말 광고 대행업자들 존경스럽습니다) 다시 지미를 찾았다.

나: "지미, 명함이랑 똑.같.이. 만들어줄게. 대신 명함과 똑같은 이미지 파일 좀 줘"

지: "흠.. 구글에 없어? 그 명함 만들었던 애가 지금 빠하르간지에 없는 것 같은데.. 집에 간 것 같아"

나: "... 나 내일 첸나이로 떠나는데?"

지: "... 구글에서 더 찾아봐. 있을 거야"

나: "................"

지: "... 짜이 마실래, 커피 마실래?"

나: "... 짜이"

결국 짜이나 홀짝이면서 지미 아저씨의 인생론을 듣고 앉아있다.


| 지미 아저씨의 인생론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어.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그저 네가 행복하면 돼. 네가 먼저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들을 행복하게 하면 돼. 심각해질 필요 없어."라고 말하며 지미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이 머리는 언제나 고민하고 심각해지지." 그리고 그 손을 가슴으로 옮겼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평화로워. 마음이 시키는 소리를 따르렴"



세 번째 방문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온 뒤, 다시 구글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양이 그 모양인 것 같아서 눈알이 빠질 것 같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찬찬히 스크롤을 내려갔다. 그렇게 거의 끝 페이지에 다 다랐을까... 유레카! 완전히 똑같은 사진이다! 우에아에아아 십 년 묵은 체증이 쏴 아악 내려간 것 같다. 신난 마음에 곧장 지미 아저씨네 가게로 달려갔다.

나: "지미 지미! 나 드디어 완전 똑같은 사진 찾았어 봐 봐! 봐봐!"

지: "오 찾았니? 훌륭해!"(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됐지? 됐지? 완전 똑같지?"

지: "응응 그러네 좋아"

나: "그럼 이제 끝?"

지: "오케이! 하지만 내 전화번호는 빼는 게 나을 것 같아. 여자들이 전화하면 골치 아프니까 말이야. 예쁘면 몰라도 못생겼으면 싫거든"

허허허 마지막까지 진지한 얼굴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지미 아저씨다.

나: ".. 그래 누가 너한테 전화하고 싶어 할지는 모르지만 뭐, 일단 뺄게. 그럼 됐지?"

지: "그래 좋아 좋아!"


| 지미에게 듣는 올바른 경쟁

“나에게 배운 뒤, 자신의 가게를 낼 수 있지 당연히. 하지만 다른 곳이 아닌 같은 빠하르간지 거리에서 내는 것은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지. 게다가 더 낮은 가격에 더 낮은 질로. 물론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해. 경쟁은 사람들이 나태하지 않게 하고, 열심히 성장하도록 해 주거든. 하지만 더 좋은 질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무조건 더 낮은 가격으로 낮추는 것은 옳지 않아. 그렇게 되면 물건의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그 질은 점점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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