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

feat. 오로빌 게스트 기부금

by 양애진

"Money is supposed to go around."
(Auroville Guest Contribution)


오로빌에 머물기 위해서는 하루마다 게스트 기부금, 즉 일정한 양의 돈을 내야 한다. 일종의 세금 같은 것이다. 고로 외부인인 우리가 오로빌에서 사다나 포레스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고작 며칠을 머무는 것일지라도, 게스트 등록을 하고, 며칠 간의 기부금을 지불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렇다.
오로빌이라는 공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돈'은 분명 필요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외부의 누군가는 '대안사회라며 결국은 이곳도 자본주의 사회 아니야? 이게 뭐야! 다를 게 없어!!' 하는 삐딱한 시선도 보내기도 한다. 사실은 네 달 전의 내가 그러했었다. '화폐 없는 경제=이상 사회'라는 헛된 기대감을 품은 채 이곳에 발을 디뎠다가 환상이 깨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 시선을 바꾸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이상하게도 돈이란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오묘하게 건드리는 경향이 있다. 분명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괜히 미리서 죄지은 사람처럼 입이 잘 안 떨어지고 머뭇거리게 된다. 설사 상대방의 돈을 가져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나는 돈에 애증 비슷한 감정이 있었다. 너무나도 쉽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이게 다 돈 때문!"이라며 돈 탓으로 돌리곤 했다. 주변 사람들은 괴롭히고 내게는 죄책감을 주는 돈이 미웠던 거다. 그래서 돈이 없어지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돈은 좋은 거야. 돈은 가치를 규정하는 하나의 도구거든. 사회의 어떤 시스템이든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인 거야.



돈은 교환 가치를 가진 '편리한' 도구라는 사실마저 부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돈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돈의 쓰임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는 이 돈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우리는 복잡한 세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어디에 쓰이고,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에 책임자를 찾을 수도 없는 이런저런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오로빌은 작은 마을이다. "오로빌은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내 작은 행동들이 전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되게 잘 보여. 한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에서 살 때는 몰랐던 부분들이 말이야."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이 물이,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의자가 모두 결국은 우리가 냈던 돈에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오로빌은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반자본주의, 혹은 사회주의 공간이 아니다.
오로빌은 돈 없는 자의 도피처도, 돈 있는 자의 휴양지도 아니다.
오로빌은 돈이 사회의 부분 부분을 돌고 돌면서 제 기능을 하는 곳이다.

우리가 정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돈의 순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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