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회사 라이프 6주 차
프리워커로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일을 해야 했다. 크게는 생계를 위한 일과 자아실현을 위한 일로 나뉘었다. 전자는 돈을 버는 일이었고, 후자는 돈을 쓰는 일이었다. 그 사이를 줄 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퇴사 한 달 반째,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자 내 것을 하는 시간보다는 돈을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냥 취직을 해야 할까?’ 생각이 든다는 것은 내가 애초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과연 지속 가능한 일의 방식은 무엇일까?
그 질문을 가지고 독립한 마케터이자 작가인 정혜윤(@alohayoon)님의 강연을 들으러 파주 문발살롱을 찾았었다.
같은 얘기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 이야기가 이미 ‘시장성’을 확보했다는 것.
니치 한 타겟을 구체적으로 도와주기!!!
___을 좋아하는 ____ / ____관점의_____(예: 음악 좋아하는 애 중에 마케팅 하는 애)
브랜딩의 핵심은 관계맺기. 과정이 팬을 만든다.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결국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파는 것.
앞으로 이런 일하는 방식과 기회는 점점 늘어날 것.
불안할 때는 꾸준히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
강연이 끝난 뒤에도, 혜윤님을 붙잡고 요즘의 고민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앞서간 사람이 네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그 자체가 위안이 되었던 날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모든 것을 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은 조금 더 열심히 사는 데에 도움은 되지만 동시에 조급증을 수반한다. 하루빨리 눈에 보이는 변화과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 가하면서 자꾸만 조급 해지는 것이었다. 불안감과 절실함이 생기니 아 그냥 취직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마음도 올라왔다. (생각해보면 서울 올라온 지 한 달만에 취직을 했더랬지) 무엇보다 환절기에 애매하게 걸린 감기가 애매하게 낫질 않았다. 이럴 땐 차라리 확 아파버렸으면 싶다. 확실히 몸이 안 좋으니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쉽게 부정적이 된다. 아프면 푹 쉬면 될 것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모든 것을 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의욕 없고 짜증스럽지만 조급함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기’가 당최 되질 않았다.
차라리 다른 데로 신경을 돌리자 싶어 넷플릭스에서 본 <마녀 배달부 키키>
영화 속 키키는 자신이 살 마을을 찾기 위해 직접 만든 빗자루를 타고 비틀거리며 날아갔다. 마냥 즐겁게 “바다가 보이는 남쪽으로!”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나도 저랬었는데.. 또 한 번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지금의 나는 왜 이토록 불안해할까..’ 그러나 돌이켜보니 그때의 나도 항상 불안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했다. 그때와 지금 다른 것이 있다면 고작 해봐야 몇 년 더해진 나이일 뿐일 텐데 조금 더 겁이 많아진 걸까, 나이에 쫓기는 건가. 모르겠다.
그때와 지금 다른 것이 있다면
고작 해봐야 몇 년 더해진 나이일 뿐일 텐데
자신의 존재가 불필요하다고 여겨졌던 낯선 마을에서 끝내 자신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키키를 보고 그만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달까. 생각해보면 그 무엇도 아닌 내 인생을 피봇 하는 일인데 손가락 튕기듯 쉽고 빠르게 바뀌지 않는 게 당연했다. 당장의 눈에 보이는 것에 급급하지 말자고, 속도는 더디더라도 단단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향해 되뇌이지만 그래도 종종 불안증이 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뭐.. 이 또한 지나가려니 하지만)
키키 역시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의 말미에 말한다. “우울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전 이 도시가 좋아요.” 꾸밈없이 담담한 그 문장이 지극히 현실적이라서 더욱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을 잘 기록하자.
동시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당장 나를 드러내는 것보다 내 안을 단단하게 하는 데 집중하자. 나를 알리는 데 급급하지 말자. 당장에 SNS 포스팅 한 개 올리는 것보다 속도는 조금 느리더라도 누가 뭐라 해도 담담히 말할 수 있는 단단함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내가 좋아하고 존중하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면, 더더욱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나를 단단하게 해 줄 개념과 이론도 갖추고, 근거로 삼을 기본적인 데이터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불안할 때는 차라리 공부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