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회사 라이프 4주 차 -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벗어나다
퇴사 후 내가 실험해보고 싶은 일하는 방식은 탈조직이 아닌 ‘주 5일 출근 라이프로부터의 탈피’였다. 애초에 내가 퇴사를 한 이유는 조직생활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나는 생존을 위해 퇴사했다. 지속 가능한 일하는 방식을 찾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지금의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졸업하기도 전에 시골에서 창업을 했던 나는 사회초년생이라고 말할 시기가 없었다. 주변 동기들은 원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던 시점에, 내 이력서는 텅- 비어있었다. 그래서 내가 취직을 했던 것은 지금이라도 이력서를 차곡차곡 쌓아가 보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고작 7개월의 회사 라이프였지만 나는 잠시나마 나를 잃어가는 것을 느꼈다. 한 번은 상사에게 내가 말했다.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자꾸만 개인 SNS에서 더 열심히 내 가치관과 지향하는 것들을 말했던 것 같아요.” 내 말에 상사는 무척이나 공감했다. 그도 역시 나와 같이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조급한 상황과 주변의 만류에 의해 떠밀리듯 결정을 내렸고, 그게 십 년 간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상사는 항상 내가 다른 결정을 내리기를 바랐다. “난 정말 애진이 회사 생활 안 했으면 좋겠어. 경험을 해보는 건 좋은데 계속은 아니야.” 상사는 덧붙였다. “예전에는 ‘성공’이라는 정의가 있었고 그걸 위해 막 달려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예전에는 ‘성공’이라는 정의가 있었고
그걸 위해 막 달려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올해가 가기 전에 '내 것'을 해보기 위해 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재택근무가 기본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앞으로 최소 6개월 프리워커 라이프를 살아보기로 했다. 그 기본 전제는 이러했다. '주 5일 사무실 출근은 싫다'
'주 5일 사무실 출근은 싫다'
작년 말에 만들어두었던 개인사업자를 다시 꺼내 들었다. 사업장 이름은, 스튜디오 어디 (studio EODI). 어쩌다 디자인을 일로 하게 된 사람, 어디로 갈지 모르는 시기에 나를 지지해줄 일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만든 후 얼마지 않아 취직을 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다시 길을 떠나는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마침 타이밍 좋게 퇴사를 하는 시점에 남해바래길 관련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다. 작년에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면서 연이 되었던 곳이었다. 남해에 있을 때는 종종 센터에 찾아가 대면 미팅을 했었지만, 이제는 서로에게 신뢰도 있는지라 모두 비대면으로 소통했다. 시안과 피드백을 주고받고, 디벨롭하는 내내 내가 서울에 있는 게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퇴사 후 첫 번째 프로젝트를 통해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달이 되던 차에, 감사하게도 여러 군데서 몇 가지 프로젝트들을 제안받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안국동에서 대면미팅을 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목포의 기획사와 줌 미팅을 하고
이주일에 한 번씩 뉴욕의 클라이언트와 줌 미팅을 한다. (시차 때문에 대개 밤 10시 미팅)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일한다.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왔음을 실감하고 있다.
회사를 탈출하니 9 to 12이 되었다는 사실은 웃프지만, 그래도 종종 오전에는 보고 싶은 전시나 공간을 찾아 돌아다닌다. 주중의 낮은 돌아다니기 최적의 시간이다. 덕분에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공간, 배우고 싶었던 것들, 만들고 싶었던 것들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다. 백수와 프리랜서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아직 적응 중이라 시간관리나 우선순위에서 애를 먹고 있지만 썩 바쁜 나날을 잘 보내는 중!
한 달 차 교훈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과, 합당한 대가(돈) 세 가지를 조율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명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프로포절을 작성해야 한다. 디자인으로 치면 견적서와도 같다.
Brief 가 중요한 이유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 즉 outcome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scope of work를 정리해서 줄 것. (phase / period / price)
outcome이 항상 명확하고 일관되어야, 상대방도 나도 편하다.
항상 low hanging fruit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