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연말정리] 2018년 정리를 마치며
매일 밤 지난 일기들을 돌아보며 잠이 들곤 했었다. 내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해왔는지 반복적으로 상기했다. 모든 것들이 일관된 방향을 향하도록 하는 습관이었다. 하지만 올 한해 동안은 적어내려가기만 할 뿐 다시 돌아 보지는 못했다. 뒤를 돌아보기에는 눈앞의 길이 너무 아득했다. 그리고 다시, 1년 만에 읽는 일기에는 일에 휩쓸려 잊고 있었던 고민과 다짐들이 보였다. 그새 낯설어져버린 애초의 것들을 읽으며 다시금 되내였다.
일년을 되돌아보는 것은 꽤나 고된 일이었다. 모든게 처음이었던 한 해. 다 처음이라, 그토록 해메고 어려웠다. 남들보다 두 세 배의 시간이 걸리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두려움이 앞서 지난했다. 곡절이 많았던 탓에 글에도 곡절이 많아 지친다. 그럼에도 그때의 고뇌와 감정을 여실히 담아낼 수 있는 정리가 되길 바란다.
솔직하게 우리는 이미 역량 너머의 일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들 사이사이 미세한 변화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04년 가을, 광주에서 그렸던 미래에 살고 싶은 시골집
2015년 11월, 미국에서 그렸던 상상 속 폐교를 활용한 시골집
2018년 8월, 진주에서 앞으로 본격적으로 만들어 갈 팜프라촌 구상도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조금씩 구체화 되고 있음은 분명했다.
그러니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쌓이는 시간으로 견뎌내는 것.
팜프라를 발판삼아 다음으로 나아 갈 수 있도록, 시간으로 부터 배우는 것.
굴곡진 시간들을 견뎌낸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자체로 이미 대단함을 아는 것.
매년 마다 슬로건처럼 그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수식어로 붙이곤 한다.
2018년의 수식어는 '우공이산’ 이었다.
그동안 우스갯소리로 나눴던 몽상들을 직접 실험에 옮겨보겠다는 다짐이었다.
이제 굳센 도끼 보다 바늘의 섬세함과 정교함을 원한다.
큰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전문성을 찾아가고 싶다.
그래서, 2019년의 수식어는 ‘마부작침’ 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