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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우닝 Jun 24. 2024

우리 애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요!

정말요?

아이들이 학원이란 공간, 셔틀버스라는 공간에 같이 있다 보면 - 그저 10분을 있다 해도 - 다툼이나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소한 것은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만으로 해결이 되지만, 누군가 다치거나 감정이 크게 상한 경우 부모남들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혹은 내가 몰랐던 다툼이나 불만에 대해  뒤늦게서야 부모남들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전화기 속의  격앙된 목소리 혹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의 날 선 댓글들을 통해서.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는다. 변호사도 이런 변호사가 없다. 무조건 무죄. 상대과실이 100% 다.  자신의 아이가 자기에게 유리한 정황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보통 다툼이 일어나면 서로가 서로를 자극했을 만한 단서나  사건이 있을 텐데 자신의 아이를 일방적인 희생자로만 생각하려고 한다. 아이가 옳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하면  " 우리 00은  학교에서나 다른 학원에서도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어요"라는 나로서는, 확인할 수 없는 말을 하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궁금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아님 알면서도 그러는 걸까?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교에 유명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막말을 하고 주변 친구를 괴롭힌다고 소문이 난. 그 엄마도 유명했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다른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서 그 집 아들이 우리 누구를 때렸다고 불만을 제기하자 그 엄마가 " 잠시만요 우리 00에게 물어볼게요. 애, 너 ㅁㅁ  때렸니?  아니라는데요?  "


친구 같은 엄마 아빠가 좋은 부모로 평가되는 시절이라서 그런가 '친구 같은'이 아닌 ' 친구이기만 '한  부모님들이 많다. 요새는 보통 한 가정당 아이가 보통 1~2명이다 보니 부모가 아이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아이 뜻대로 해주려는 육아경향이 강하다. 아이를 제지하거나 싫은 소리 하기를  꺼린다. 아이의 바람은 무조건 들어주어야 하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제지할 때도 부정어를 쓰는 것을 꺼리며 보육, 교육기관에서도 그런 자신의 방침을 따라주기를 바란다. 학원에서 정기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누구누구는 "칭찬을 들어야, 잘한다 잘한다 해야 더 잘하는 아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이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많이 언급해 주고 칭찬해 달라는 부탁인 것 같은 요구를 자주 받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 아이의 고집을 꺾기가  불가능한 것일까? 아이의 찡그린 표정이 싫은 것일까?'  


아이와 내가 1대 1의 상황으로 만나는 것이라면 긍정적이고 따뜻한 말로만 대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다.

나라고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을까?  하지만 학원이라는 공간은 여러 아이들이 있고 그 여러 아이들은 각자 다른 성향과 기질 그리고 욕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충돌하기 마련이다. 충돌이 생기고 다툼이 생겼을 때는 , 그리고 그 충돌이 순식간에 일어나서 파급력이 커질 수 있을 때는 빠르게 해결하고 아이들이 다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그럴 때는 다정한 격려의 말보다 강하고 파급력이  있는 단호한 지시어가 필요하다. 때로는 ' 하지 마'라는 부정어가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일대일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학원 수업이 끝나면 바로 셔틀을 타고 집에 가야 한다. 그렇다고 금쪽같은 수업시간에 따로 불러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쉽진 않다.(그럴 때도 있지만) 다수의 학생들이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공간에서 '영어실력향상'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공부한다는 사실을 부모님들이 이해해주었으면 싶었다.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생각 없이 아이에 대한 무한 신뢰와 사랑만을 피력하는 부모님들을 볼 때도 무척 당황스럽다.  한 번은 초2 남자아이가 그날 수업교재를 잘못 알고 원래 교재가 아닌, 다른 교재들을 잔뜩 가지고 왔다. 제대로 교재를 가지고 왔다면 1권이면 족한 날인데 잘못 가지고 와서 3권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 아이에게 우선은 복사를 해준 후 그 어머니에게 아이가 교재를 잘못 알고 다른 교재를 가지고 와서 복사를 해주었다고 학부모소통플랫폼으로 알려드렸더니 댓글이 " 어머, 우리 ㅇㅇ가 그 많은 교재를 들고 가니라고 힘들었겠네요"였다. 댓글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학원 직원에게 엄마 수준의 감정 이입을 하라는  걸까? 나라면 아이에게 교재  제대로 못 챙겨갔냐며 잔소리를 할 텐데 말이다. 학원 시험날이면 수업이 없으니 아무것도 안 들고 빈 몸으로 와서는 나에게 당당히 연필을 달라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공부를 하러 올 때 교재와 필기도구 등을 잘 챙겨 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일 텐데 나라면 아이에게 그런 기본적인 태도부터 갖추게 할 텐데 말이다.


학부모 상담 중 한 어머니가  " 우리 ㅁㅁ가 데이비드 티처를 좋아해요 "라고 이야기를 해서 " 아 그런 분은 안 계시고요 아마 대니  티처를 말하나 봐요 "라고 이야기하자  정말 그런 선생님이 없냐며 나에게 몇 번을 되물었다. 설마, 내가 직장 동료 이름도 모를까... 황당할 따름이었다. 이번에도 학원의 이야기보다는, 아이가 먼저다. 아이가 한 말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듯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들 앞에서는 마냥 어리고 귀엽고 순진하게만 보이는 아이들도 , 다른 환경에서 또래들끼리 있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부디 아이 말만 믿지 말고 정황상의 흐름이나 관계자의 이야기들도 균형감 있게 들어주시기를. 쓴소리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면 쓴소리를 해주시기를. 집에서 부모님들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나와서 타인들에게 그런 말을 덜 듣게 된다는 사실, 부모님들도 아시라고 본다. 그리고 다수의 학생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사나 직원들의 상황도 한 번쯤은 생각해 주시길.  상대를 배려해 주는 행동은 결국 부모님의 아이에게 돌아간다는 것도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


**물론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며 현명하게 아이를 잘 키우시는 학부모님들도 있다. 타인을 배려해 주시고 원의 강사, 교사들을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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