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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Jan 31. 2019

5. 허기진 게 일상이 되어버린 삶

오늘도 유통기한이 지난 빵은 내 뱃속으로 갑니다.

<허기진 게 일상이 되어버린 삶>


카페를 하면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한 가지씩 고르라고 한다면 좋은 점은 여유롭다는 것, 안 좋은 점은 심심하는 점이다. 아! 안 좋은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미친 듯이 배고프다는 점-  


회사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안에서 점심, 저녁을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식사시간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손님이 없는 그 순간이 밥 먹는 시간이다. 언제 손님이 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게 안에 물건들도 있으니 자리를 비울 수도 없다. 냄새나는 음식은 절대 못 먹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빵, 과일로만 끼니를 때우게 됐다. 주전부리를 못 챙겨 오는 날은 하루 종일을 굶는다.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배가 고프다. 어찌나 배고픈지 손님이 가고 나면 정말 야만스럽게 빵을 뜯어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이건 살을 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강제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각하니 신났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 습관이 하나 생겼다. 바로 야식을 먹는 습관이다. 심지어 맥주까지 곁들여서 미친 듯이 먹는다. 오후 11시쯔음 텔레비전을 보면서 야식을 먹는 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과가 되어버렸다. 손님 없는 카페는 심심하다 보니 외로웠나 보다. 잘 안 보던 텔레비전까지 보게 되었다.


새삼 회사의 점심시간이 그립다. 오전에 간단한 회의를 하고, 부랴부랴 일을 하고 나면 금방 오던 점심시간- 그때만큼은 모든 부담을 다 덜고, 즐겁고 행복하게 점심시간을 즐겼다. 마무리로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과 시끌벅쩍한 수다면 완벽한 점심시간이었다. 자극적인 MSG 맛이 그립다. 명찰, 일명 개목걸이를 하고 점심 식사하러 나가는 그 길이 그립다. 회사 동료들과 삼삼오오 둘러앉아 먹던 밥이 그립다.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들고 햇빛 받으며 산책하던 그 순간이 그립다. 퇴사 한 순간 포기한 것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지금 나는 너무 허기지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들을 게걸스럽게 내 뱃속에 넣으며 '야식은 뭐 먹을까', '마치고 무슨 프로그램을 볼까' 고민한다. 회사에서도, 카페에서도 하루는 똑같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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