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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Jan 31. 2019

6. 비린내 나는 아빠

<눈 비린내 나는 아빠>


아빠는 전역을 앞둔 군인이다. 아빠는 35년간 군대에서 일생을 보냈다. 이제 정들었던 직장과 관사(군인 가족들에게 지급되는 집)에서도 나가야 한다. 아빠는 평생 앉아 있던 사무실과 집을 나가서 새 자리를 잡아야 하는 걱정 많은 한 사람이다. 그리고 아직 뭘 할지 몰라 고민하고 방황하는 한 사람이다. 아빠는 고민 끝에 귀어(歸魚, 어업을 하러 귀촌하는 것)를 결정한다. 귀어를 위해서는 작은 배 한 척, 바다 인근의 집과 어업권이 필요하다. 온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100세 인생이라는데 남은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내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남의 집 밭일을 하며 힘들게 벌어준 학비로 다닌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내가 가진 기술은 퇴보되었고, 세상이 내놓은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따라가기 버겁다.

눈은 갈수록 침침해지고 손은 무뎌진다.  

경비일, 낚싯배 노동도 알아보지만 쉽지 않다.

뭔가를 새로이 시작하기에는 가진 돈도, 능력도, 건강도 모두 애매하다.


- 애매한 사람, 나는 아빠입니다 -



나이 먹을수록 병원 근처에서 살아야 한다고들 하는데, 왜 외딴섬으로 간다고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카페를 무기로 삼아 아빠를 붙잡기로 했다. 아빠는 '딸이 하는 일은 뭐든 도와줘야지' 라며, 아침마다 청소를 해준다. 나보다 한 시간씩 일찍 와서 청소기도 돌리고, 바닥도 닦고, 유리창도 윤이 나게 닦는다. 그러곤 마지막으로 냉장고를 닦는다. 사실 냉장고를 보면 전날 장사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느 때와 같이 음료들이 판매되지 않고 진열되어있다. 아빠는 흘깃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되레 내가 횡설수설 한마디를 한다.


“사람들이 음료는 안 사고 커피를 많이 마시더라.”


그런데 커피를 내리고 남은 원두 찌꺼기는 나오지 않았음을 아빠는 이미 안다. 아빠는 가벼운 미소를 띠며 '오늘도 힘내'라는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더 도와줄 거 없나 둘러본 후 아무도 없는 카페를 나갔다. 한가한 카페로는 아빠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 아빠에게 일거리도, 월급도 줄 수 없다.


다음날 어김없이 아빠가 청소하러 카페에 왔다. 비가 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다. 아빠는 여김 없이 한 시간 일찍 와서 쌓인 눈들을 쓸고 있었다. 본인의 머리와 어깨에는 눈이 한 아름 쌓여있다. 오늘도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유리창도 윤이 나게 닦는다. 어느새 아빠는 축축해져 다. 축축해진 머리와 옷에서는 물 비린내가 난다. 나도 모르게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 비린내가 너무 싫다. 아빠가 바다로 나가는 걸 막을 수 없기에, 이제 아빠에게 바다의 짠 소금 내도 날테다. 비린내가 너무도 싫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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