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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Jan 31. 2019

7. 애매한 웃음

오늘에서야 웃는 법을 배웠습니다-

<애매한 웃음>


'딸랑'


오랜만에 입구에서 청명한 소리가 난다. 나는 벌떡 일어서서 환하게 인사했다. 손님이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나는 편하게 둘러보라고 말한 뒤, 안보는 척 카운터에 숨죽여 있었다. 손님은 카페 인테리어를 꼼꼼히 보다가 카운터로 와서 아메리카노와 와플을 주문했다. 신나게 커피를 내리고 와플을 구웠다. 손님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손님이 카페에서 여유롭게 있다 가길 바라는 마음에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나 손님이 주섬주섬 짐을 정리한다. 이제 가시겠구나 싶어서 벌떡 일어나서 웃었다. 웃음으로 배웅하고 싶어서 입꼬리를 힘 있게 올렸다. 잠시 뒤 손님이 "왜... 왜 웃으시는지.."라고 말한다.


'앗! 너무 부담스러운 웃음이었나 보다.'





'딸랑'


잠시 뒤 또 손님이 들어온다. 엄마다. 엄마는 손에 커다란 그릇을 하나 들고 왔다. 비닐랩이 써진 따끈따근한 오믈렛이었다. 나는 잔뜩 인상 썼다. "이런 냄새나는 음식을 카페에 들고 오면 어떻게 해?"





엄마는 '얘가 이러는 거 한 두 번이 아니지'라고 중얼거렸다. 그러곤 못 들은 척 테이블로와 그릇의 랩을 벗겼다. 또 주머니에서 귤을 꺼내더니 한 알, 두 알 까기 시작한다. 귤향 향긋하게 온 공기를 휘감는다. 나는 그것마저 못마땅했다. 나는 엄마랑 대화하기 싫어서 밀려둔 설거지를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접시들이 부딪히며 큰 소리를 낸다.


"내가 설거지할 동안 밥 먹어, 밥"


나는 못 이기는 척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곤 오믈렛을 퍼먹었다, 허겁지겁. 안 그래도 점심을 쫄쫄 굶고 있었던 터라 배고팠다. 오믈렛은 짰다. 뭔 놈의 고기를 그렇게 많이 넣었는지- 게다가 애호박, 멸치도 보인다. 엄마답지 않은 엉성한 식재료 조합이었다. 근데 맛있었다. 그것도 끝내주게 맛있었다. 나도 놀랄 정도로 그릇을 빨리 비웠다. 무려 2분 컷!


엄마는 다 비운 그릇까지 설거지한 후 짐을 챙겼다. 가는 엄마에게 어떤 말과 표정을 지어야 할지 우물 쭈물해진다. '오자마자 성질부터 부렸는데... ' 밥도 냄새난다고 했다가 다 먹고, 후식으로 귤까지 먹었다. 갈팡질팡하며 어색하게 서 있는데 '딸랑' 소리가 났다.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린다. 참 엄마답다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그래 웃었다. 입꼬리에 힘을 준 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 진즉 이렇게 웃어 줄 걸.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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