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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Mar 22. 2019

43. '부모'는 어려운 직업이다.

< '부모'는 어려운 직업이다. >


** 그림그리는 펜슬이 고장나서, 추후에 그림을 덧붙일 예정입니다 **


카페로의 출근길이다. 가자마자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해본다. 우선 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 제빙기를 켜서 얼음을 만들고, 바닥과 유리창을 닦고,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려서 마셔봐야지. 룰루랄라 카페로 가고 있는데, 카페 문이 활짝 열려있는 모습이 보인다. 설마 어제 안 잠그고 갔나 걱정이 돼서 재빨리 뛰어갔다. 카페 안에는 텅 비어있었다. 두 발을 동동 굴리면서 없어진 물건이 있나 살펴본다. 잠시 뒤 뒤에서 누군가 카페로 들어온다. 아빠, 엄마, 그리고 이모랑 이모부였다. 


딸이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 온 부모님, 조카의 새 출발을 응원하러 온 이모랑 이모부. 반가운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카페로 찾아왔다. 이렇게 완벽하고,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 있을까?

네 분은 아침 일찍 카페로 와 청소를 끝내고, 내가 먹을만한 빵과 과일을 사 가지고 오셨다. 안 그래도 아침을 못 먹고 와서 배고팠는데. 역시 나를 생각해주는 건 가족밖에 없다. 네 분을 안으로 모시고 냉난방기를 켰다. 그리고 따뜻하게 구운 와플 두 개, 따뜻한 아메리카노 네 잔을 가져갔다. 간간히 근황을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편하게 네 분이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애들이 다 커서 독립시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아직도 애들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데, 필요한 거 있다고 말할 때마다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부모들은 자식들을 스물네 시간 생각하는데, 자식들은 남는 시간에 우리를 생각할까, 말까 하겠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육체적, 경제적으로 뭐든 다 해줘야 할 것 같은 감정에 휩싸여."

"그런데, 다 해주고 싶지만 아이들은 바라지 않나봐."

"뭔가 해주려고 하면 '그런 거 하지마', '필요 없어'라고 하는데 가슴 아프더라고."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것, 도움이 필요 없는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 같아."

"부모가 마음이 넘쳐서 먼저 해주는 것보다, 애들이 원할 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워."

"끊임없이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 '부모'는 참 어려운 직업이야."


부모님, 이모랑 이모부는 네 시간이 넘도록 '부모'라는 주제로 한창을 이야기했다. '부모'로서 안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을 나눈다. 본인들의 앞은 전혀 고민하지 않은 채, 자녀들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 본인들의 취미, 인간관계, 커리어, 미래에 대한 고민은 중요하지 않다. '부모'의 직업을 갖고 있는 이상, 본인 자신은 뒷전이다. '부모'라는 직업을 또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 할머니. 할머니는 14살의 나이에 얼굴 모르는 남편에게 시집을 가서 육 남매를 낳았다. 할머니는 자식 머리에서 나는 '흰머리' 한 올에 가슴 아파하시는 분이다. 할머니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었다. 허리는 휘고, 서 있는 시간보다 누워계시는 시간이 더 길었다. 육 남매는 "엄마, 장미축제 가고 싶은데 엄마가 잘 걸어야지 같이 가니까 운동하고 건강 챙기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이 나이 먹고 어딜가냐"고 더듬더듬 말할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설 연휴로 찾아뵈었을 때 할머니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육 남매의 말에 할머니는 하루의 반나절을 운동삼아 걸었다. 쉬었다가, 걷고, 쉬었다가 걷고. 쉬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걸었다. 육 남매와의 여행을 애틋하게 기다리며 걸었다.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그 시간을 설레게 기다리며 걸었다. '부모'라는 존재는 그저 애틋하고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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