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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Apr 19. 2019

53. 퇴사 후 처음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했다.

<퇴사 후 처음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했다.>


나는 2018년 10월에 회사를 자발적으로 걸어 나간 중도 퇴사자다. 퇴사 이후 지방세니 국세니, 4대 보험이니 하는 모든 건 잊고 지냈다. 지금까지 월급 받을 때는 회사에서 꼬박꼬박 성실하게 잘 떼주었으니, 세금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 때마침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문득 내 건강보험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건강보험공단에 접속해 몇 가지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다행히도 피부양자 가입자로 아빠, 엄마와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빠가 멋모르고 돈 더 떼이고 있었겠구나 새삼 죄송스러워졌다. 그래도 염치 불고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그대로 두었다. 나중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분리할게요. 아빠. 나는 그렇게 4대 보험 중 건강보험을 해결했다.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고용보험과 직장 내에서 근무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보험인 산재보험 또한 퇴사를 시점으로 자동 상실됐다. 다만 나의 경우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1인 자영업자다. 이럴 경우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전화해서 가입해야 하나? 가입의무가 있음에도 하지 않고 있다면 참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고용보험(☎1305)과 산재보험(☎1588-0075)에 전화해봤다. 문의 결과 1인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선택사항이란다. 곰곰이 고민해본다. 나는 이 10평 남짓한 카페에서 임대계약기간 동안 혼자 일하게 될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혼자 일하다가 뜻밖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산재보험보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실비보험 따위를 활용하겠지. 나는 그렇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는 재가입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국민이라면 18세 이상 60세 미만까지 의무가입이다. 그동안 나는 직장가입자였지만, 지금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다. 카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고한 소득도 없었다(첫 소득세 신고기간은 오는 5월이다). 그동안 무소득으로 인한 국민연금 납부 예외 신청도 가능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납부기간이 20년을 경과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어차피 언젠가 내야하기 때문에 나는 국민연금을 지금부터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공단(☎1355)에 전화해보니 최소 금액 9만 원부터 납부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최소금액으로 납부 가입을 했다. 이제 나에게 내야 할 돈은 월세, 전기세, 관리비, 수도세, 재료비 외에도 국민연금이 하나 더 생겼다. 9만 원짜리로다가. 직장가입자의 경우 국민연금의 절반을 회사에서 내준다. 이 사실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며 처음으로 알았다. 회사가 조금 그리워지는 하루다.


얼추 4대 보험은 잘 처리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국세와 지방세는 잘 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퇴사한 이후 제대로 납부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국세와 지방세를 납부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세무서? 시청? 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엄마는 '이런 멍청한 질문을 하다니'라는 어투로 시청이나 주민센터로 가라고 한다. 내가 참 무심하고도 무관심하게 살았구나. 집 근처 주민센터로 가서 미납된 국세와 지방세가 있는지 조회해봤다. 미납된 국세와 지방세, 연체료, 그리고 카페를 차리면 매년 내야 하는 등록면허세가 있었다. 아이고야. 나는 그 자리에서 모두 납부하고, 자동이체를 신청했다. 접수를 도와주신 공무원분께서 납부 및 자동이체 처리는 완료되었다는 말을 한 뒤, 한 마디 덧붙인다. "자동이체 날에 잔고가 없을 경우 세금 체납되니 주의해주세요." 


세금 체납이라는 저 한마디가 이토록 무섭다니. 앞으로 카페에서 열심히 돈 벌어서, 잔고를 열심히 채워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오는 5월에는 중도 퇴사자 연말정산과 첫 소득세 신고가 있다. 생각해보면 연말정산도 회사에서 참 편하게 했다. 기부금 영수증, 주택청약 가입내역서와 같은 서류만 몇 장 떼와서 회사에 제출했다. 그러면 회사에서 알아서 다 해주었다. 내가 내야 할 국세, 지방세, 4대 보험도 잘 몰랐다. 월급에서 필요한 만큼 다 떼서 주니까, 주는 대로 받았다. 참 수동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세상에 혼자 선 느낌이다. 회사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알아가고, 스스로 자립해나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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