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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Mar 06. 2021

동네 사랑방의 첫 시작, 독서모임

2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다!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첫 시작은 독서모임이었다. 한산한 카페에서 할 일 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건 너무 지루하고, 또 인생을 허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마음가짐이면 분명하건대 카페를 오래 운영할 수 없다. 나는 내 삶을 열정적으로 이끌어갈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게 마침 카페 한편에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본 단골손님은 그 다음날에 옆구리에 책 한 권을 끼고 카페로 출근했고, 우리는 그렇게 독서 메이트가 되었다. 카페를 여는 하루 종일 책만 읽다 보니 금세 지쳤다. 언젠가는 손님이 오는지도 모르고 책에 고개를 푹 숙이고, 골아떨어진적도 있다. 나는 단골손님이자 독서 메이트에게 공통된 책을 읽고, 간단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역사적인 동네 사랑방 제1호 독서모임이 만들어졌다!                                                                                                                                                                       

두 명이서 시작한 독서모임은 점차 단골손님들이 하나 둘 합류하더니 10명으로 늘었다. 모임의 구심점이 카페라는 공간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서모임의 진행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됐다. 어떻게 모임을 진행해야 하는지, 발언권은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모임 진행시간은 어떻게 유지를 시키는지, 모든 게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진행하다 보니 나의 장점을 하나 알게 됐다. 나는 단골손님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손님들은 서로를 잘 몰랐다. 또,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들과 두런두런 주고받았던 대화 속에서 경청하고 응대했던 경험이 모임 진행력과 연관이 있었다. 모임 횟수가 한 번에서 두 번, 두 번에서 세 번으로 늘어갈 때마다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다 보니 이게 재밌는 거다. 손님이 언제 올까 목 빠지게 기다리고만 있었던 지난날에 비교하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기분이 들었다. 카페로의 출근길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고, 그 다음날의 출근길이 기다려졌다. 


동네 사랑방 제1호 독서모임은 점차 인원이 많아지자, 모임을 반으로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나눈 반에도 사람이 많아졌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학생, 주부, 직장인, 은퇴자 등 다양했다. 나는 참여자들을 고려하여, 독서모임을 오전에도 운영해보고, 퇴근시간에도 그리고 야근 끝날 때쯤에도 운영해봤다. 그렇게 동네 사랑방의 독서모임은 10명에서, 30명, 50명. 그리고 마침내 200명에 육박했다(물론 카페는 9평 남짓한 매우 협소한 공간이므로, 200명을 10명씩 나눠서 한 달에 무려 20번의 모임을 진행했다)! 200명이라니! 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임을 찾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했던 건 카페를 운영하며 나는 단순히 돈을 번게 아니라 네트워크를 쌓고 있었다는 거다. 나는 이제 카페 손님들을 '손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동네 사랑방 친구', '독서모임 멤버'라고 부른다. 이게 바로 내가 진정으로 꿈꾸던 '로망'이었다. 지금까지 후회하고, 고민하고, 절망하고, 고뇌하고, 슬퍼하고, 또 기뻐했던 그 모든 순간순간들의 결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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