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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Mar 23. 2021

비대면이 가져다준 소실(消失)

정말로, 그야말로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애매한 카페의 맛있는 커피 판매도, 동네 사랑방 모임 운영도. 처음에는 모든 것을 비대면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거나, 사고파는 거래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얼굴 맞대고 교류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문화'는 비대면으로 완전히 전환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공연부터, 크고 작은 모임까지 모두 결국에는 온라인의 네모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애매한 인간이 운영하는 카페와 동네 사랑방도 자연히 그 흐름을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정말 작은 동네 카페에서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에 가게를 등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매달 나가는 등록비에, 결제 수수료에, 배달비로 인해 새로운 '월세'가 만들어지는 거다. 그래서 애매한 카페&동네사랑방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서 주문을 받고, 직접 배달을 다녔다. 다만 실시간으로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하는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제공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주문을 몰아서 받고, 몰아서 배달했다(일명 거북이 배달 서비스). 이 극악한 서비스는 당연하게도 매출손실로 이어졌고, 이제는 이런 거북이 배달을 동네 카페의 특성이라고 여겨주고 배려해준 단골손님들만 주문을 해줄 뿐이다.


동네 사랑방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모든 모임은 줌(ZOOM)이나 카카오톡으로 진행하게 됐다. 동네 사랑방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커피'에 있었다. 모임에 참여하기 전 마실 음료를 한 잔씩 사는 것, 이것이 모임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었다. 하지만 모든 모임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이런 수익구조가 사라졌다. 모임에 참가비를 받으니, 모임 멤버들이 대규모 이탈했다. 그렇게 나는 5인 미만 집합 금지가 풀리기를,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라는 그 '희망' 하나로 모임을 꾸역꾸역 끌고 나갈 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코로나와 동거 동락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형형색색 공간을 아름답게 해 주던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애매한 카페이자 동네 사랑방은 무채색이 되었다. 커피 주문부터 모임까지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PC나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취약계층'이 되어버렸다. 손님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얼굴도 익히고, 자연스럽게 이름도 외우게 되었던, 그리고 마침내 동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그 '자연스러움'은 사라져 버렸다. 독서모임, 필사 모임, 코바늘 뜨기, 그림 그리기 모임 등등. 동네의 소소한 활력이 되어주었던 모임들은 이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만 살아남고 모두 사라졌다. 즉,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진 거다. 게다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모임은 쉽게 추억으로 남지 못했다. 화상채팅방을 나가는 순간 '무슨 이야기를 나눴더라?'라고 퇴색되어버린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때 오감을 통해 새겨지는 기억들이 몸에 기억되어 '추억'이 되는 건데. 그 과정이 싹둑 동강나버렸다. 


지금 같은 시기에 비대면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는 것이 분명 맞고 장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교류할 때 오는 그 연결의 힘을 나는 믿는다. 언젠가는 얼굴 보고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라고 힘차게 인사할 수 있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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