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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Mar 23. 2021

손님들이 꿀꿀거리기 시작했다.

동네사랑방을 운영하며 여러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걸 다 상쇄할만큼의 기쁨도 있다.

그래, 오늘의 동네사랑방 날씨는 매우 맑음이다.


오늘 동네사랑방에서는 독서모임이 열렸다. 독서모임 멤버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연령과 직업을 넘나들어 자유롭게 대화가 오가고, 점차 열띈 토론의 장이 되어간다.

그런데 어느순간 최연소 멤버가 대화마다 '꿀'을 붙이기 시작한다.

"그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  귀여워요~"

" 재밌어요!"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60대 멤버는 10대 멤버에게 물었다.

"이 뭐예요? '졸라' 같은 의미예요?"

멤버들이 빵터진다. 다른 멤버들은 '우리세대에는 '좃'을 썼었다'느니, '저는 대학생때 '핵'썼었는데요?' 라고 말하기도했다. (※ 좃은 좋은 의미로 파생된 단어는 아닙니다). 어느순간 강조어 한음절로 멤버들의 나이가 판가름이 났다. 멤버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너도 나도 ''을 쓰기 시작했다.

"저는 등장인물이  답답했어요."

" 유익하네요. 유튜브 링크좀 보내주세요"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느새 우리의 대화는 '꿀'로 가득찼다. 꿀 하나로 대화가 이토록 재밌어지다니!

서로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채 이야기를 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비록 줌(zoom)으로 나누는 비대면 대화이지만, 웃음소리로 가득차는 이 대화방이 너무 따뜻하다.

우리의 대화는 달달한 꿀로 진득하게 채워졌고, 나는 꿀내에 절로 미소지었다.

아, 행복한 시간이여라. 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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