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왜 사람들은 슬픈 책을 읽지 않을까?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멤버들, 주변 지인들, 카페 단골손님 그리고 동네 사랑방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슬픈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요새 너무 많은 슬픔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온통 슬픔 덩어리들인데, 책에서까지 슬픔을 겪고 싶지 않다고 한다. 슬픔은 쉽게 동요되는 감정이므로 겪고 싶지 않다고 한다. 조금은 가볍고, 유쾌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가벼운' 책을 읽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무언가 애매한 감정에 휩싸인다. 석연찮음을 느낀다. 슬픈 뉴스가 들리면 고개를 돌리고,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감고, 슬픈 영화는 마음이 무거워지니까 멀리하고, 내 마음을 즐겁게 해 줄 '가벼움'을 찾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지금 시기에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그래, 우리는 슬픔으로 지친 일상을 살아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슬픔을 달고 살아왔다. 우리 일상은 내내 슬픔으로 얼룩져있다. 형제복지원, 용산참사, 세월호 참사, 정인이 사건 등등 등등 등등 등등. 잊을만하면 쏟아지는 참사와 아동학대사건, 교통사고와 학폭. 그리고 코로나까지 우리를 사정없이 뒤흔든다.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얼룩은 희미해져 결국에는 지워질까? 미래에는 우리의 슬픔은 사라질까? 아니면 여전히 우리는 슬픔과 함께 살아가고 있을까? 그래서 나는 되려 이렇게 생각해본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슬픈 책을 주워 들어야 한다고.
세상이 온통 슬픔 투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슬픈 이야기를 보고, 듣고, 겪는 것을 외면하려 한다. 손쉽게 외면할 수 있는 방법이 오감을 닫는 것이다. TV를 끄고, 책을 덮고, 귀를 막는 것. 하지만 '슬픔'은 외면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마주해야 하는 존재다. 슬픔이란 감정을 겪어보고, '아 이게 슬픔이구나' 깨달아야 한다. 슬픔이란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한다. 그래서 원통함도 느꼈다가, 무력감도 느꼈다가, 분노도 느껴봐야 한다. 그리고 이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슬픈 일은 잊어버려야 하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기억해야 할 일이다. 내 안에 있는 슬픔의 감정과 마주하고, 그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새로운 슬픔이 나를 사정없이 흔들어도 결국에는 굳건해지리라. 또 다른 슬픔이 나의 일상을 송두리째 뽑아 들려해도 결국에는 단단한 대지의 한 줌의 흙에 불과하리라. 우리는 슬픔이란 감정을 만나고, 그 감정을 내면화하고, 감정을 갈무리하며, 그 감정을 다루는 데에 능숙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