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카페는 동네카페이자 동네 사랑방이다. 커피도 판매하며, 다양한 인문·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 좀 거창했나? 말이 비대해서 그렇지, 사실은 그냥 애매한 카페를 방문하는 단골손님들과 함께 차마시며 수다도 떨고, 독서모임도 하고, 코바늘 뜨기도 하며 일상을 즐기는 거다. 나는 필사모임도 시작했는데, 한적한 카페에서 혼자 읽어 내려간 책들에서 내 마음을 흔들어놨던 좋은 문구들을 발췌하여 손님들에게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그런데 종이책을 보면서 카톡으로 옮겨 쓰다 보니 오타가 여간 적은 게 아니다. 후. 손님들은 그때마다 친절하게 어디가 오타인지를 알려주었다. 처음 손님들이 오타를 알려주었을 때, 나는 엄청난 긴장감과 극도의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갔다. 아, '오타'라는 단어 하나에 직장인 시절 애매한 인간이 되살아난 거다.
빨간 플러스펜으로 오타를 직직 긋고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팀장의 눈빛이 떠올랐다. 보고서 위에 그어진 빨간색 두 줄이 내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오타를 낸다는 건 꼼꼼하지 못하고, 사소한 것도 틀리고, 보잘것없이 미미한 것에 실수하는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 그런 걸 틀리나며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고, 모질게 구박했다. '이번에는 절대 오타가 없게 해야지' 굳게 마음먹고 보고서를 보고, 또 봤다. 그리고 팀장님께 보고하러 갔을 때, 팀장님은 한 마디만 할 뿐이다. "오타 없는 거 확실해?" 분명 여러 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떨린다. 또 놓쳤으면 어떻게 하지. '네'라고 대답해놓고 오타 나오면 어떻게 하지. 떨리는 입술을 우악스럽게 비집어 벌려 "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 보고서엔 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퇴사 후에도 이따금 생각이 난다. 사회초년생이라면 겪었을 일이니까 추억으로 남겼어야 했을까? 그놈의 '사회'가 뭐길래 항상 어렵고, 모질고, 힘겹고, 다사다난하고, 고난이 가득해야 한단 말인가. 퇴사를 하고 나서도 그놈의 '오타 강박증'에 시달리는 내 자신이 조금 가련하다. 처음 오타를 알려준 손님에게 나는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는 것 같은 느낌으로 '죄송합니다'를 남발했다. 그러다 문득 타이핑하고 있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부은 건지 살이 찐 건지 조금 오동통하다. 그리고 납득했다. 아, 오타가 날 수밖에 없겠구나. "어맛, 죄송해요. 요새 제가 손가락에 살이 쪄서요. 올해도 어김없이 다이어트 도전 중인데, 손가락 살부터 빼놓을게요" 다음부터 오타가 발생해도 손님들은 '아, 사장님 다이어트 실패했나 봐'라고 생각할 뿐이다. 오타에 대한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가능한 오타가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혹시 오타를 내도 마음을 묵직하게 가라앉혔던 무거운 추는 내던져버렸다. 아아,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