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인 친구가 놀러 왔다. "점심식사는 하셨어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가벼운 근황 토크를 나눠본다. "요새는 아이들이 등교를 정상적으로 하죠?"
코로나19 예방조치 중 하나로 학교 등교 일정을 조정했는데, 한때 학생들이 등교를 했다가 갑자기 등교중지가 되기도 했다. 2주마다 학교를 가기도 했고, 한 주는 1학년만, 그 다음주는 2학년만 등교한 일도 있었다. 이런 들쑥날쑥한 등교 일정 때문에 우리 서점&카페 친구들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퐁당퐁당 등교 일정에 '오늘이 학교 가는 날인가?' 헷갈리는 거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고, 씻기고, 밥 먹이고, 준비물을 열심히 챙겨서 정신없이 학교를 왔는데, 글쎄 선생님이 "오늘은 등교일이 아니에요, 어머님"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꼬꼬마의 손을 잡고 터덜터덜 우리 서점&카페로 오는 친구들도 제법 있었다. 덕분에 키즈 메뉴가 3개나 늘었다(초코코라떼, 베이비치노 등등)
선생님인 우리 친구는 "요새 학교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제 점차 '위드 코로나'시대로 접어드는 건지 아이들은 정상 등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를 띄엄띄엄 가던 아이들은, 갑자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왜 학교를 매일 가야 해요?"라는 질문을 무진장 많이 받았단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접촉'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책상을 만지면 "선생님, 쟤가 내 책상을 만졌어요. 소독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가위를 안들고온 친구에게 "옆에 친구랑 나눠 쓰면 좋겠다"라고 말을 하니, "만지면 안 돼요"라고 말한다. 언제 한 번은 학부모에게 항의 전화가 오기도 했단다. 한 교실을 쓰는 것만으로도 불안한데, 학용품을 나눠쓰거나 학생들끼리 접촉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과 손을 잡는 것도 안된다. 식사를 할 때도 아크릴 투명 칸막이로 빽빽하게 나눠있는 네모난 칸 안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수업도 '협업'하거나 '공동'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내용은 없어졌다. 분리된 책상, 분리된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로 바뀌었다. 친구와 접촉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들, 손소독제를 시도 때도 없이 바르는 아이들, 친구들과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우리 친구의 모습을 보면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발발로 화상수업을 위한 자료를 만들고, 지금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힘들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 버겁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코로나로 인한 아이들의 변화, 교실의 변화, 수업의 변화, 학교의 변화, 그 모든 변화가 걱정되지만 한 켠으로는 안심되기도 한다. 각자 제자리에서 애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우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거겠지.
"오늘은 메뉴판에 안 나와있는 음료를 맛 보여드려야겠네요. 기다려보세요! 정말 맛있으니까요"
신메뉴가 너무 기대된다고 환하게 웃어주는 친구를, 잠시 바라보다 나도 싱긋 웃는다. 차 한잔으로 삶에 잠깐이나마 여유가 되길, 조금의 활력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