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문구>
오늘은 코로나 시대에 즐길 수 있는 방구석 취미, ‘문구 수집’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김규림 작가님의 <아무튼 문구>라는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문구’라는 주제 하나로 책 한 권을 써 내려갔다니 너무 놀랍지 않나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추억여행을 엄청했답니다. 학창 시절 여러분의 필통은 어떠셨나요? 제 필통은 가지각색의 형광펜과, 두께가 각기 다른 펜들로 가득 차서 완전히 빵빵했었어요. 지우개도 여러 종류를 들고 다녔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 필통에는 어떤 펜이 들어있나 궁금해하기도 했고, 그러다 좋은 펜이 보이면 '어멋! 저건 사야 해!' 하면서 따라사기도 하고요. 저만 그런 거 아니었죠?
한때 SNS에는 #whatsonmybag(해시태그 왓츠온마이백) 릴레이가 이어졌었는데요. 자신의 가방 속에 들어있는 소지품을 펼쳐 넣고 찍어 올리는 챌린지 같은 거였답니다. 이 책의 저자는 #whatsonmydest(왓츠온마이데스크) 릴레이로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있어요. 책상 위 소품들은 늘 들고 다니는 소지품과 달리 남에게 쉽게 보여줄 수 없는 자기만의 영역이니까요. 그래서 김규림 작가님도 <아무튼 문구> 책에서 본인의 개인적인 공간, 책상을 공개해주었답니다. 학창 시절에서 우리가 그랬듯, 성인이 된 지금 과연 다른 사람은 어떤 펜을 쓰고, 어떤 노트를 쓸지 궁금해지죠?
어쩌면 ‘문구’라는 게 책상 위의 펜, 노트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단순한 물건일지도 모르는데요. 작가님은 ‘문구’를 어떻게 생각했기에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된 걸까요? 이를 두고 김규림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의 힘을 믿는다. 생필품들은 삶을 이어나가게 해 주지만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는 물건이다. 상상해보라. 책상 위에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만 덜렁 놓여있다면 참으로 팍팍할 것이다. 그 옆에 예쁜 다이어리, 형형색색의 펜, 그 펜들을 담을 펜 트레이, 이렇게 저렇게 꾸밀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어여쁜 스탬프와 엽서들이 놓여야 비로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책상이 된다." 알록달록한 문구들이 놓여있는 책상, 다 쓰지는 못해도 필통 가득 채워져 있는 샤프심. 조금만 상상해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이런 게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의 진정하 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재밌는 다른 부분들도 소개해드릴게요. 김규림 작가님은 해외에 나가면 꼭 문방구를 들러보는데, 사는 물건들이 있대요. 뭘 것 같으세요? 음, 아마 해외에서 유명한 만년필이나 그 나라의 풍경이 담겨있는 엽서 같은 게 아닐까 짐작을 해보았는데,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해외에 가면 문방구에 들러 사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안내판이다. 접근금지나 전기 조심, 미세요, 당기세요 같은 사이니지들은 그 나라 문화와 언어를 담고 있어 재밌을 뿐만 아니라 조형적으로도 꽤 흥미롭다. 그냥 스티커의 용도로 쓰기도 하고, 벽에 장식용으로 붙여놓기도 한다.”독특하죠? 여행하면서 기념품은 생각해봤는데, 안내판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해외의 안내판들은 어떻게 생겼을지 마구 궁금해지면서, 저도 여행 가면 안내판을 사고 싶어 지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독서모임도 진행했는데요. ‘문구를 주제로 얼마나 할 말이 많겠어!’ 했는데, 정말 무궁무진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어요. 오늘 독서모임에서 나온 재밌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드릴게요.
서점 친구의 이름을 예를 들어 ‘혜선’이라고 해볼게요. 혜선 님의 부모님이 어렸을 때 문방구를 하셨는데, 문방구 이름을 ‘혜선 문방구’라고 하셨대요. 다들 문방구집 딸이라서 여러 문구류들을 써볼 수 있어서 부러워했죠. 그런데 혜선 님은 어렸을 땐 부모님이 문방구를 한다는 사실이 참 싫었대요. 그냥 부모님이 힘들게 일하시는 것도 싫었고, 이유 없이 싫었던 그런 시기였던 거죠. 근데 그중에 가장 싫었던 건, 친구들이 가게 이름에서 ‘문’을 빼고 이야기했대요. ‘혜선 문방구’에서 ‘문’을 딱 빼고요! 얼마나 친구들이 놀렸을지 이해가 가면서, 그때의 추억을 웃으면서 이야기해주시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이외에도 ‘하이테크 펜’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눴었어요. 학창 시절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하이테크 펜을 쓰셨더라고요. 얇아서 빽빽하게 메모하기에 좋은 펜이었죠!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 하이테크 펜을 구입한 가격이 다르더라고요. 어떤 분은 한 자루에 천 원에, 다른 분은 이천 원에, 저는 한 자루에 삼천 원씩 줬었거든요. 갑자기 독서모임을 하는 그 순간 조용해졌죠. 그러면서 다들 펜의 가격으로 세대차이와 나이를 가늠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때의 침묵과 침묵 끝에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얼마나 유쾌했는지 몰라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누구나 ‘문구’에 얽혀있는 추억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하나씩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독서모임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문구’를 좋아하는 것이 취향이 되고,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의문이었거든요. 작가님은 이렇게 말해주더라고요. "취향이라고 해서 꼭 멋들어질 필요가 있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로 행복과 만족을 찾아나가는 것도 충분히 즐거운 일생일 수 있다. 오늘도 나의 작은 우주, 책상 위 아끼는 수많은 문구들 틈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며 생각한다. 문구도 꽤 좋은 취향이지!"
그러니, 여러분. 여러분에게도 누군가 ’ 취미가 뭐야?‘ ’ 취향이 뭐야?‘라고 물을 때 ’ 문구‘와 같은 취미나 취향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는 것들, 그런 사소한 것들도 내가 정말로 좋아한다면, 내가 애정 한다면 ’ 취미!‘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