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오전 7시 40분, 삼촌은 조카와 함께 시리얼을 먹는다
4월 24일 오전 8시 00분, 삼촌은 조카를 씻기고 옷을 입힌다
4월 24일 오전 8시 40분, 삼촌은 조카를 유치원차에 태워 보낸다
4월 24일 오전 8시 45분, 남동생은 누나와 함께 카풀하여 가게로 출근한다
4월 24일 오전 9시, 아르바이트생은 가게 문을 연다
"어서 오세요."
묵직하고 간결한 음성이 손님을 반긴다. 늘 여기 주인장은 "어서오세요오~~ 어머 반가워요~~"같이 통통 튀는 발랄한 인사를 해주었는데, 이 목소리의 정체는 누구인가? 들어오는 손님들마다 움찔거리고 흠칫거린다. 아르바이트생은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불현듯 떠오른 듯 메뉴판을 내민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손님들은 주문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아메리카노요..?"라고 주문을 한다. 그에 대고 아르바이트생은 묻는다. "따뜻하게 말씀이십니까? 시원하게 말씀이십니까?"
자세히 관찰해 보니 '다나까' 말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그의 사교성이 보인다. 낯선 동네, 낯선 이웃주민, 낯선 손님들과의 대화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낸다. 단골손님을 만나면, "오늘도 따뜻한 밀크티 맞으십니까?"라고 물어보고, 어쩌다 일하게 됐냐는 손님에 물음에도 "더 늦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 번 찾아보고 싶습니다"라고 짧고 굵게 말한다.
무엇보다도, 남동생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내가 그의 각오를 생각보다 얕보았다. 그는 진지했다. 커피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것부터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 것까지, 매장 문을 열고 닫을 때까지 매 순간 진심으로 임했다. 내가 하고 있는 걸 눈여겨보다가 따라 하려고 애썼다. 싱크대에 설거지거리가 있으면 나보다 앞서 고무장갑을 꼈고, 도서납품이 있어 무거운 박스를 옮기고 있으면 아무 말 않고 손을 거들었다. 영업시간은 꼭 지켰고,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면 내게 허락을 받았다. '누나의 가게에서 경험해 본다'라는 가벼움과는 전혀 달랐다. 남동생이 아닌, 이제 내가 진심이 되어야 할 차례다.
성인이 되어 이렇게 가까이서 남동생과 함께 일할 기회를 갖는 이가 몇이나 될까? 언제까지 함께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다. 연년생으로 태어나 무수히 얼굴을 맞대었지만, 정작 성인이 된 남동생의 몰랐던 부분을 하나하나 알아가야지. 진지하게 삶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그에게 나도 나다운 답을 내줘야지. 무엇하나 결정된 것 없이 불안정하기만 한 청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자신의 답을 찾아내는 게 '인생'이라는 맛이라는 걸, 함께 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