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면 수면제를 먹은듯 잔다.
신기하게도 퇴근길에 드는 잠은 고약하기 그지 없다.
기차역에서 집까지 가는 십여분이 꿈인지 생시인지 고통스럽다. 집에 가면 누가 말시키기 무섭게 침대에 엎어지기 일수다.
오늘은 특이하게도 잠이 안오는 날이다.
오랜만에 언니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나의 형제 관계는 위로 연년생 언니 아래로 5살 차이 귀동이 남동생이 있다.
이 구성을 들으면 모두들 나를 보는 눈빛이 측은해 지나 성장과정에서 부모님께 차별받진 않았으나 주변사람들로 부터 언니와의 비교는 정말 많이 당했다.
언니.
똑똑했고 착했고 버릴데가 없었다,유일한 단점이 입이 짧아 덩치가 작다는 것. 우리엄마는 언니를 정말 편하고 쉽게 키웠다. 얌전해도 크게 다친적도 없었고 성격도 무난해 부모를 들볶지도 않았다. 덕분에 나는 항상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고 참을성이 없는 아이였다. 성격측면에서는 언니와 비교해 칭찬받을 길이 없으니 난 항상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신기한건 우리자매는 크게 싸워본적이 없었고 정말 사이좋게 지낸다. 가끔씩 나는 화가 나 펄펄뛰는 일에 별반응 없는 언니가 이하가 안되고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억울한 일이 일년에 한두번 발생하는 것 빼고는 난 언니에게 불만이 없었다. 언니는 적어도 화가 난 내 감정을 수용해 줬다. 그리고 -난 착한게 아니라 무관심한거야-라는 답으로 나를 비난하지 않아서 고마웠다.
기차를 타고 집에 오는 40분정도시간동안 이렇게 집중적으로 다른이를 생각해 본 것은 참 오랜만인듯 하다.
형제이자 베프인 언니랑 언젠가 곰국 끓여 놓고 놀러단 날이 오겠지.
다음에는 동생도 좀 생각해 볼까?
급 우리 귀동이 막내도 보고 싶어지는 퇴근길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