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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Aug 20. 2024

욱해도 슬퍼도 괜찮아

먼 길 왕복하는 나에게

아침부터 기안서를 두 번 반려받았다.

알 수 없는 계산 오류였는데 맞는데 틀린 계산이니 이것 참 환장하겠다.

환장만 하겠나... 창피하기는 또 얼마나 창피한지.

나이 들어 실무를 뛴다는 것이 민폐 같을 때가 많다. 실수가 어릴 때 보다 잦고 오감의 반응도 느리다.

그렇다고 누군가 너 손발은 느린 대신 판단력은 빠르냐고 묻는다면 노코멘트.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바짝 정신 차릴 에너지도 타고난 뾰족한 논리도 없다. 방전된 배터리 긴급충전하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나 자신이 불안하다. 이것이 중년의 실무자의 실상인 겐가.

일  자체가 재미없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세상에 빛과 소금은 아니어도 도움은 되고 싶다. 존버하는 저 아줌마도 있으니 나도 버틸 수 있겠다의 아이콘이 되어버릴까 봐 무섭다.

이런 두려움들이 나를 욱하게 만든다. 작게 만들고 허망하게 한다. 엄청나게 큰 인물까진 아니어도 이리 작아지고 싶진 않았는데. 속상한 마음 달래 지지 않는다.

정말 오십이 넘어서도 엑셀 들여다보며 일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과 화나는 마음을 실컷 쏟아내고 일단은 또 그냥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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