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의 꿈을 안고 시골집을 찾아다닌 지 몇 년 전.
조만강이 보이는 곳에 조그마한 시골집을 장만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사 할 형편이 못되지만 집과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 했던가. 어릴 적 텃밭의 푸성귀로 차려냈던 어머니의 밥상 추억에 입맛을 다시면서, 이사 가기 전에 먼저 텃밭부터 가꿔놓기로 했다.
모름지기 밭을 일구는 일은 돌 골라내기부터 시작된다. 텃밭으로 사용하려는 땅에는 돌이 정말 많았다. 여기저기 박혀있는 돌을 골라내느라 햇볕에 등이 뜨거웠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도 마음은 즐거웠다.
그런데 밭 가운데 커다랗게 박힌 돌덩이 하나가 문제가 됐다. 처음에는 크지 않아 보였던 돌덩이는 파내려갈수록 깊고 커져갔다. 호미로 시작했던 연장은 곡괭이에서 삽까지 가짓수가 늘어갔다.
쉴 새 없이 떨어진 땀에 돌덩어리도 축축하게 젖어갔다. 뿌리를 깊이 내려놓은 이 돌덩어리는 절대 빠져나가지 않으려는 듯 꿈쩍을 하지 않았다. 일이 좀처럼 마무리될 것 같지 않았다. 얼마쯤이나 실랑이했을까! 문득, 돌덩어리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를 좀 내버려 둬, 너희들이 굴러온 돌이잖아!’
예전에 이사 가려고 했던 시골 동네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배타적인 동네 분들에게 마음을 붙이지 못했던 씁쓸한 기억이 풀려나왔다.
남편과 잠시 쉬면서 생수 한 병을 다 들이키고서야 그냥 그 자리에 두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우리가 오래 뿌리박은 이 돌덩어리 옆에 곁들어 살아야 하는 것을…….
귀농이나 귀촌하는 분들은 오래 마을을 지켜 오신 분들과의 마찰 때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간간히 접한다. 다행히 우리 부부를 반겨 주는 좋은 이웃 분들이 계셔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사람을 사귀는 일에 서툴러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디에 뿌리를 내리든 먼저 나를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리라.
높낮이 없이 편안한 김해들판을 흐르는 조만강가에 갈대가 눈부시게 찰랑거린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김해들판의 풍년을 기원하며 내 삶 또한 이 새로운 터전에서 잘 갈무리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