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무섭게 혼낸다는 것

by 애나

흔히 아이들이 잘못하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무서운 훈육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습니다. 장점이 10, 단점이 90일 정도로 단점이 압도적이지요.


혼내는 것의 장점은 쉽고 즉각적이라는 것입니다.

“조용히 해!”라고 무섭게 소리치면 일순간 아이들은 조용해집니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어!”라고 무섭게 소리치면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거예요.

힘이 센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을 혼내기란 참으로 쉽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단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힘이 센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을 혼낼 수 있다는

‘힘의 논리’가 숨어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혼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힘의 논리를 익히게 됩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부모나 교사보다 힘이 세지면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게 됩니다. 힘의 논리에 기대어 아이를 훈육했기 때문에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 훈육이 힘을 잃는 것이죠.

둘째, 아이가 자라면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을 혼내는 어른이 됩니다. 부하직원을 혼내는 상사가 되고 아이를 혼내는 부모가 됩니다.


힘의 논리는 인간 사회에서 당연한 일일 수 있으나 이상적인 일은 아닙니다.

힘이 강한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을 마음껏 약탈해도 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성숙한 사회가 아닐 것입니다. 정의롭지 못하죠. 그런 사회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는 힘의 논리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은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될까요?

나보다 강한 사람이 나를 무섭게 혼내는 것이 괜찮은가요?


힘이 강하든 약하든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혼내고 싶지 않은 이유입니다.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힘의 논리가 아닌 따뜻한 시선과 정의가 만연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르쳐주려고 합니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고 성장을 지원해주는 공동체의 논리를요.


저는 각 분야의 강자들이 나머지를 도와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수학을, 체육을 잘하는 학생은 체육을 가르쳐줍니다.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혼내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줍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서로를 보완하며 돕고 사는 사회, 그런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무섭게 혼내는 것의 두 번째 단점은 유의미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섭게 혼을 내면 아이의 뇌에서는 위험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에너지를 신체로 보냅니다.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흐르며, 당장이라도 도망가거나 공격할 수 있게 긴장 상태를 유지합니다. 얼어버리는 것이지요.

우리는 아이를 위해 혼낸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의 뇌에서는 그것을 공격으로 인식합니다. 그 순간 이성적인 사고와 반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혼내는 이유와 논리를 열심히 설명해줘도 아이는 충분히 깨닫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혼이 난 아이는 ‘앞으로 그 행동을 안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그 행동을 들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이 엇나가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문제 행동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가 진정으로 변한 것은 아니지요. 뒤에서 몰래 나쁜 행동을 하기도 하고 혼내는 사람이 없으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도 합니다. 혼내면 순간 반성하는 것처럼 보여도 금세 잊어버리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무섭게 혼내는 것의 세 번째 단점은 ‘화를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부부싸움을 하고 회사에 온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화를 내는 것, 상사에게 혼난 부하직원이 또 아랫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 그리고 집에 가서 다시 가족들에게 화를 내는 것, 이것은 모두 화가 전달되는 사례입니다.

‘화’는 바이스러스처럼 전달되고 퍼지며 행복을 파괴합니다. 화를 내는 사람도 화를 받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아요.


화를 전달하지 못하는 순한 기질의 사람은 화를 자신의 마음속에 가둬둡니다. 그러나 이 또한 여러 가지 문제을 낳습니다.

몸이 아프기도 하고 우울이나 불안이 나타나기도 하고 상처로 인한 방어기제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무섭게 혼내는 것의 네 번째 단점은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대하며 품위를 지키려는 감정입니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다른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데, 내가 나를 소중히 대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자주 혼나는 아이는 스스로를 점점 더 귀하게 여기지 않게 됩니다. 나중에는 일부러 말썽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꼭 혼나기 위해서, 자신이 엉망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문제 행동을 지속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소중한 내 자신과 미래를 위해 뭐든지 열심히 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노력하지 못하고 멈춰있게 됩니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도 어렵고요.


무섭게 혼내는 것의 다섯 번째 단점은 아이들을 가장 낮은 도덕성 단계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에 따르면 가장 낮은 1단계는 벌을 받지 않기 위해, 가장 높은 6단계는 그저 옳기 때문에 옳은 행동을 합니다. 혼나지 않으려고 옳은 행동을 하는 것은 가장 낮은 도덕성에 해당하지요.


혼내고 벌주는 방법으로는 아이를 높은 단계의 도덕성으로 이끌지 못합니다.

혼내는 사람이 없어도 옳은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혼내는 사람이 없는 상황 속에 아이를 노출시키고 스스로 조절해 보게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예전에 반 아이들이 A보드게임을 없애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A보드게임 속의 어떤 재료로 아이들이 장난을 친 것이었습니다. 불편을 겪은 아이들도 장난을 친 아이들도 모두 없애자는 것에 동의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A보드게임을 없애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A보드게임을 없애면 그걸로 장난치는 아이들이 당연히 없어지겠지. 그런데 선생님은 기회를 주고 싶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해 보는 기회.

A보드게임이 없는 것보다, A보드게임이 있어도 그걸로 장난치지 않는 학급이 더 멋있지 아닐까?

선생님은 너희가 잘할 거라고 믿는데, 너희 생각엔 어때?”


그랬더니 아이들이 ‘과연 될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한 번 해보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아이들은 교사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열에 아홉은 스스로 조절을 합니다. 교육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지요. 열에 하나는 충동 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다시 여러 번 기회를 줍니다. 연습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던 거지요.

그 결과는 늘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무섭게 혼내는 것의 여섯 번째 단점은 ‘문제 행동 단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들러 및 드레이커스에 따르면 타인의 인정 및 소속감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문제 행동은 점점 심화됩니다. 1단계 칭찬 요구에서 2단계 관심 끌기로, 그리고 3단계 반항하기, 4단계 복수하기, 5단계 무능함의 증명까지 문제 행동 단계가 점점 높아지지요.

우리는 문제 행동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혼을 내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됩니다.

혼이 나면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게 되며, 여러 사람 앞에서 혼이 나면 공동체에서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끼게 됩니다. 충족되지 못한 인정과 소속감은 비틀어진 형태로 나타나 다음 단계의 문제 행동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혼내는 것의 명확한 한계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은 ‘나를 봐줘’, ‘나를 인정해 줘’라는 몸부림이지만 타인의 눈에는 그저 문제 행동으로 비춰질 뿐입니다.

문제 행동 단계를 낮추려면 인정과 소속감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입니다.

목표가 바로 서면 교육내용도 방법도 평가도 모두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잘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삶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한다면 교육의 목표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무섭게 혼낸다는 건 어른도 아이도 모두 행복에서 멀어지는 것.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행복한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은 그 방법도 과정도 가르치는 사람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12화신용을 유지하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