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훈육을 위한 마음가짐(1)

by 애나

어른이 된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혼이 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직장 상사가, 혹은 배우자가, 혹은 부모님이 나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며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낸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요?

내가 잘못을 했으니 혼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나요? 나를 위해 옳은 말을 해주었으니 감사하다고 여겨지나요?


유쾌하지 않을 겁니다. 자존심도 상하고요.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 겁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혼내는 것이 싫은 이유는 그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을 크게 내는 사람일 수록 화가 많이 난 거예요.


화가 나서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상상해 봅시다. 그중 한 사람을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인 사람으로 바꾼다면 혼내는 상황과 같아집니다.

그리고 다시, 입을 꾹 다문 사람을 아이로 바꾼다면 아이를 혼내는 상황과 같아지지요.


우리는 아이가 잘못했을 때 아이를 위해 혼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면 아이에게 화가 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어질러놓은 장난감을 밟고 넘어졌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화가 났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넘어져서 순간 너무 놀랐어. 다쳤을 까봐 걱정도 돼.’

‘장난감을 정리하라는 내 말을 듣지 않았어. 내 말을 무시했어.’

‘내 말을 듣지 않은 걸 보니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아이가 다치면 아이와 함께 있던 내 책임인데.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아이를 잘 돌보지 않았다고 질책할까봐 두려워.’

‘나는 오늘도 가족을 위해 이런저런 일로 바빴는데, 아이는 자기 장난감도 치우지 않고 있어.’


‘화’라는 감정은 다른 감정을 드러내는 2차적인 감정이라고 합니다. 화는 껍데기인 셈이죠. 화가 난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위와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습니다.

슬픔, 두려움, 상처, 수치심, 좌절, 무력감, 외로움, 과부하 등 부정적이고 나약한 감정들이 올라올 때 이를 숨기고 나를 더 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간이 부정적인 감정 앞에서 화를 내도록 설계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생존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오래전에는 힘이 강해야 살아 남고 약하면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강하면 지배를 하고 약하면 지배를 당했지요.

약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화를 냄으로써 강함을 드러내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겁니다.


우리는 화가 나면 양손을 허리에 올리거나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손을 허리에 올리면 상체가 부풀어 보이는, 즉 몸이 커 보이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내가 더 크고 강하다는 것을 보이는 방법이지요. 손가락을 들어 삿대질을 하는 것은 뾰족한 부위를 상대에게 향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위협감을 주지요.

삿대질을 당하면 기분이 나쁜 것은, 나를 위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낼 때 기분이 나쁜 것은, 그것이 나를 향한 공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례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방어하는 것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요. 때로는 싸워야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랑하기 위해 낳은 아이를 공격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이는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보살피고, 가르치고, 사랑해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가 그런 것을 바라며 자라왔듯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아이들도

소중한 사람, 아니 사랑들입니다.


사람이라는 글자에 있는 각진 네모를

둥글게 깎으면 사랑이 되듯,

우리는 서로의 모서리를 깎아 나가며 사랑을 합니다.

부모와 자식도, 교사와 학생도

모두 서로의 모난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깎아나가며 사랑을 주고받지요.

친절한 훈육은 사람을 사랑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람을 만드는 훈육에만 너무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더 사람답게 만들기 위해 ‘화’라는 방법을 취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사람을 더 사랑답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 역시 깎이고 깎여 사랑이 되어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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