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by 애나

나는 기적을 만난 적이 있다.


의사 친구가 말했다.

생후 1년 동안 아기 몸의 메커니즘은 어른의 것과 다르다고.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종종 기적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대학병원 의사선생님도 말씀하셨다.

몇 달만 지켜보자고, 간혹 종양이 그냥 없어지기도 한다고.


아기가 MRI실에 들어갈 때마다, 이름을 아는 모든 신에게 빌었던 기억이 난다.

살면서 가장 간절한 순간이었다.


가끔은 생각한다.

응급 MRI를 찍기 위해 밤새 대기하면서

다른 엄마들과 나누었던 대화들.


소아병동은 세상과 단절된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가끔은 미안하다.

간절함은 모두 같았을 텐데

소아병동에 남아있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마음이 많이 아리다.


내 삶은

기적을 만나기 전과 후로 완전히 나뉜다.


누군가 아프면 무너져 내릴 행복이란 걸 알기에

지금 행복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땐 힘든지도 몰랐고 불행한지도 몰랐다.

나 자신도 버렸었기에,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로지 아이만 생각했던 시간.


지금은 안다.

그땐 불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 뒤에는 행복이 있었다.

더 찬란한 행복이 있었다.


꼭꼭 감춰두었던, 내가 없는 나의 이야기.


지금도 간절히 비는 누군가에게

부디 작은 기적이 찾아가길.

진심으로, 조심스럽게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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