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이 머무는 자리에 사랑이 산다

최선의 함정

by 애린 이종희

미안함이 머무는 자리에 사랑이 산다 - 이종희


누군가와 오래도록 함께 걷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일'부터 멈춰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의 최선은 때로 상대를 위하기보다, 내가 만든 완벽한 틀에 상대를 가두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최선이라고 믿었던 행동들이 실은 자신의 자아를 완성하기 위한 강박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상대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대신,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도리만을 내세우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정해진 궤도 안으로만 끌어당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합니다.


​관계의 공기는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는 찰나에 비로소 유연해집니다. "왜 나만큼 해주지 않느냐"라는 원망 대신,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지 못한 '미안함'을 발견할 때 관계는 다시 살아납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순간 날 선 서운함은 가라앉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한 여백이 생겨납니다.


​결국 인연을 지탱하는 것은 뜨거운 열정보다 서로의 결핍을 보듬는 적당한 온도인지 모릅니다.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은, 오직 사랑하는 마음 위에서만 피어나는 가장 순수한 겸손일 테니까요.












이전 18화내 집 문 앞에서 이방인이 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