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개

고향으로 가는 길-14

by 애린 이종희

“땅이 질어서 도저히 안 되겠네.”


끊임없이 퍼붓는 빗줄기가 사흘 새벽에 이르자, 발인식을 미뤄야 한다는 어른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아버지도 우리 곁을 떠나기 싫었던 것일까. 오일장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굵직하게 퍼붓던 빗방울이 흩날리고, 허공을 부유하던 슬픔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틀이 지나 발인식이 진행되었다. 눈부신 햇살의 축복을 받으며, 황토 흙 마당에 놓여 있던 꽃상여가 상두꾼들에 의해 들려지고, 만장 행렬을 앞에 둔 선소리꾼의 상엿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길을 나선 꽃상여는 우리 집 돌담 건너편 너른 평지에 올랐다. 그 평지에서 상여꾼들이 앞으로 나갔다가 뒷걸음치기를 반복하는 동안, 선소리꾼의 애끓는 소리가 들렸다.


"못 가겠네~ 못 가겠네~"

유독 뚜렷하게 들리는 그 마디가 내 식도를 가득 채운 설움으로 걸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밀고 당기는 이별식이 지칠 때서야, 꽃상여는 연둣빛 생명이 왁자한 들길을 스칠 수 있었다. 동백꽃이 뚝뚝 떨어진 터널을 지나 솔밭 길에 올라도, 상여 꽃은 꺾일 줄 모르고 환하게 나풀거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 산밭을 돌아보실 때,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셨을지. 너무 어린 우리를 남기고 떠나야 하는 아버지의 무너진 어깨는, 어른들이 애써 설명해 주지 않아도 이해가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슬프거나 힘들거나, 또는 어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어떤 의지 같은 것이었다.


숲길을 빠져나오자, 무수한 빗줄기는 곧바로 수직 낙하한다. 따뜻한 옷에 동생이 만들어준 비닐 우비까지 입었으니, 이 비는 해피엔딩으로 직행하는 동심일 것이다.





잃어버린 날개 (2022)


콜라병이 열리는 순간 각혈을 한다.

날마다 팽창하던 푸른 혈기,

근육질 거품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물리면 흉터가 깊어진다는 이빨이

부드러운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며

성장통이 멈출 때까지

뚜껑을 닫고 있는다더니,


검은 그림자는 손쓸 틈도 없이

헐거워진 뚜껑을 밀고 들어와서는

조금만 더 걸으면 다가올 것 같은 내일을

김 빠진 언덕으로 버티게 했다.


바다가 자신 있게 출렁이는 것도,

새들이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도

모두 견고한 뚜껑의 힘인 것을.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고 나서야

뚜껑을 찾아 헤매다

뚜껑이 되었다.




단편으로 읽으셔도 무리 없게 설정하였지만

프롤로그를 참고하시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