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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tuti Apr 01. 2020

11화: 미국의 우열반

저소득층 자녀와 함께 학교 다니는 영재반 아이들

꾸미가 조기입학시험에서 떨어지고 일 년을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지내는 동안 주위 동내 학교들을 리서치할 시간을 가졌다. 앨라배마 몽고메리에 있을 때 학령기 학부모들이 메그멧 스쿨(영재학교)이란 곳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본다고 하기도 하고 또 그 메그넷 스쿨이 예술학교도 있고 공부를 우선으로 하는 학교도 있단 말을 들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에도 토머스 제퍼슨 고등학교라는 과학고가 있었다. 그 학교를 들어가려면 우선 중학교(5-7학년) 성적이 좋아야 했다. 고1을 한국에서 마치고 온 나는 입학의 기회조차도 없었다. 각 주나 학군마다 나름대로 그런 특수교육을 해 주는 학교가 있을터. 학교 찾기에 나섰다.


미국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나에게 다가와 알려주지 않는다. 이럴 땐 바로 교육청 웹사이트로 가서 공식적인 설명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상책이다. 그 이후 동네 사람들에게 평판을 들어보고, 학교 평가를 해 놓는 사이트도 찾아가 다른 학교와의 비교도 해 보았다. 동네의 대부분의 한국인은 메그넷 스쿨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주위의 미국인들 조차 그 학교 이름을 거론하며 물어보면 이 지역에 오래 산 사람들도 생소한 이름이라고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선 학교 평판을 해 주지 못했다.


낙스빌엔 도시 중심으로 초중고 메그넷 스쿨이 있었다. 예술학교, 수학 과학을 중점으로 공부하는 STEAM학교, 방송과 미디어를 중점으로 공부하는 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그중 시험을 쳐서 입학하는 곳은 초등 메그넷 스쿨 한 곳. 상위 10% 아이들을 뽑는 다고 했다. 같은 건물 안에 보먼트 메그넷 아카데미와 보먼트 엘레멘트리 스쿨이란 두 이름을 걸고 2반은 성적 상위반 나머지 3반은 지역 학군 아이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박물관 교육, 예술 중심 교육, 프로젝트 중심 연합교육, 일 년 5번의 발표회(학예회)를 지향하는 학교 하지만 학교 평가를 해 놓은 사이트엔 10점 만점에 2점. 아주 낮은 점수가 주어져 있었고 영어, 수학, 과학, 사회과목에 있어 모든 분야가 주평균 이하, 카운티 평균 이하, 기준점 이하 점수를 꾸준히 몇 년간 받고 있었다. 학생 수의 40%가 상위 10%의 학생을 모아놓은 학교인데 평균점수가 59점 이하 낙제점이라면 도대체 나머지 학생들은 얼마나 학업성취도가 딸리기에 이런 점수를 받는 것일까?


어차피 우리가 배정된 학교도 10점 만점에 5점밖에 못 받았기에 그래도 여긴 프로젝트로 진행이 되고 또 오너즈(honors) 반 (영재반) 학생들이 따로 수업을 받는다니 꾸미에게 남들과는 다른,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다른 실험적인 교육을 받게 하고파 일단 시험을 치고 한번 보내보기로 했다. 교육청 웹사이트에 학군 변경 신청을 하고, 시험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시험을 치러 갔다. 예전에 알라베마에서 들은 이야기론 인터뷰 시 집에 어떻게 가는지 설명을 물어보기도 하고 오늘 날짜 계절 같은 것도 물어본다기에 만 5세 꼬맹이를 데리고 집에서 학교를 어떻게 가는지 큰길 이름을 가르쳐 주며 여러 번 설명해 봤지만 잘 알아들었다며 다시 나에게 읊어주는 꾸미의 설명은 보물찾기 지도를 설명하는 것처럼 뒤엉켜있다.

학교가 닫은 토요일 오전에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교장이 직접 나와 우리를 반겨 주었고 교육청 영재학생 담당자와 꾸미가 1:1로 시험을 치르는 동안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학교에 대해 교장선생님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유치원 입학시험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엄청 쉬웠다. 일단 글쓰기 같은 건 있지도 않았고 모든 시험은 유치원 학습내용 안에서 영어 수학 두 과목 만을 치르며 5지선다 문제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인터뷰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보라는 것이었다. 아마 아이의 정서적인 면을 평가하는 수단이었나 보다. 유치원은 46명의 정원을 뽑지만 1-5학년은 그 아이들 중 전학을 가는 아이들이 생겨 자리가 날 경우 그 숫자만큼만 뽑기에 중간에 학교를 전학 오고 싶어 하는 경우, 시험에 페스한 아이들 중 같은 학교를 다니는 교직원의 아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 원래 이 학군에 속해있는 아이를 우선순위로 먼저 뽑고 나머지 아이들은 제비뽑기 추첨을 해서 뽑는다.


영재반 아이들은 영어 사회과 선생님, 수학 과학과 선생님 두 분의 담임선생님이 있다. 영재반 아이들의 선생님들은 대학원 과정의 특수 영재아동을 위한 교습법을 이수해야만 영재반 선생님의 자격이 주어진다.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은 영재반 아이들이  일반반 아이들과 따로 수업을 받지만 나머지 예체능 수업은 일반 아이들과 섞여서 수업을 받는다. 전교생이 자신의 성(last name)에 따라 알파벳 순서로 5가지 색깔 (빨 주노 초파) 가족에 배정이 되고 예체능 시간엔 각 색깔 가족별로 같은 예체능 수업을 받는다. 예체능 수업은 매일 day1에서 day 5로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같은 날 빨강 가족에 속한 아이들이 미술수업을 듣는다면 파랑 가족 아이들은 악기수업을 듣는 식이다. 예술 특성화 학교이기도 한 이 학교는 예체능 수업으로 악기, 연극, 무용, 미술, 체육 수업이 있고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 수업과 STEAM 수업이 있다.


일반반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지각률이 높은 이 학교에선 칼라 패밀리의 도입을 통해 각 칼라 패밀리 별로  예체능 수업에 태도 점수를 주거나 출석률을 계산해 서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전체 학생들이 다 같이 성장해 나가는 방법을 택한다.


프로젝트형 수업에선 수업을 들은 내용을 꼭 활동수업을 통해 비주얼화 하거나 예술화 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수학 수업에서 자릿수에 대해 배운 후 미술수업에서 배운 칸딘스키의 작품을 적용시키고 영어의 인물 소개 글쓰기, 설명문 글쓰기를 함께 적용시켜 칸딘스키에 대해 인물 글쓰기에 덧붙여 각 도형을 자릿수에 빗대어 36,752라는 숫자를 정 삼각형 3개, 정사각형 6개, 직사각형 7개, 마름모 5개, 원 2개로 된 추상화 그림을 완성하여 자신의 수학을 어떻게 추상화로 완성시켰는지 설명하는 글을 써서 학예회 때 복도 벽면에 전시하게 된다. 또는 청소년 사회 운동가 말라라의 책을 읽고, 사회시간에 지리와 전쟁, 사회문제 등을 다루고, 영어시간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의 문제가 뭔지 각자 다루어 글을 쓰고 토론을 한 후 무용시간엔 사회에 저항하는 말랄라에 대한 느낌을 춤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각 학생들이 표현 한 아이디어를 모아 안무를 짜서 학예회 때 완성된 춤을 발표한다.


아무리 영재반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공립학교법 상 각 학년에서 가리키는 그 이상의 내용을 가르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2학년 학생이 더하기 빼기를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곱셈을 가르쳐서는 안 되고 3 자릿수 덧셈이나 뺄셈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이런 현실과 교육법 상의 차이를 활동수업을 통해 채워주는 것이다. 같은 수업시간 안에 진도가 훨씬 더 빨리 나갈 수 있는 장점을 통해 남는 시간에 스스로 인터넷과 도서관을 통해 리서치하는 법을 장려하고 또래 친구들과 토론하고 협동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게 한다. 또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자신이 아는 것을 표현함으로 컴퓨터 활용능력을 높일 뿐 아니라 남을 가르치며 더 학습내용을 확실히 각인시키게 한다.


이 학교의 학예회는 우리가 예전에 알고 참여했던 학예회와는 사뭇 다르다. 학부모에게 발표를 보여주기 위해 수업을 제쳐놓고 피땀 흘려 연습해서 보여주는 학예회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동안 배운 걸 분기별로 발표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학예회 일주일 전쯤엔 각 학년별로 무슨 공연이 몇 시에 있으니 참가할 사람은 하라는 공문을 보내주면 우리 아이를 참가시키겠단 사인을 해서 돌려주어야 한다.


이러한 프로젝트형 수업은 영재반 아이들에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하고 다방면으로 주제에 대해 표현할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반 아이들에겐 딱딱한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활동을 통한 수업으로 수업 참여도와 관심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수업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일반반 아이들에게 초점을 잃는 교육이 되기도 하고 기본적인 필수 지식을 습득하는 기회를 놓치게 하기도 한다.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에서 보인 것처럼 필수지식을 기초로 하지 않은 활동수업은 길을 잃게 마련이다. 열심히 수업을 했으나 그 수업으로 뭘 배우려고 했나는 없고 색칠하고 만들기 했던 기억밖에 남지 않게 되는. 또는 글자색과 크기를 정하느라 팀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 버리는.


박물관 학교이기도 한 보먼트 메그넷은 지역 박물관과 파트너십을 맺어 현장학습을 가거나 이동 현장 학급을 와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현장학습에서 더 견고히 다질 수 있게 한다. 이 또한 일반반 아이들도 함께 누릴 수 있는 해택이다. 파트너십을 맷고 있는 지역 박물관엔 동부 테네시 역사박물관. 어린이 과학박물관, 낙스빌 동물원, 낙스빌 미술관, UT역사/자연사 박물관, 오크리지 에너지 박물관,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내셔널 파크 교육관, 낙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 낙스빌 오페라가 포함되어있다. 가끔 지역 댄스 컴퍼니가 공연을 할 때면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저소득층 지역에 새워진 보먼트가 받는 또 다른 혜택은 이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보통 일반 공립학교에서도 현장학습을 가게 되면 현장학습비용이 티켓 가격이나 스쿨버스 대절 가격으로 책정되어 나오는데 전체 학생의 40% 이상이 저소득층이라 할인 또는 무상 급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이 학교에선 이런 현장학습 비용이 모두 무료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침과 점심 급식이 전교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학교 정규수업을 마치면 댄스팀, 연극반, 미술반, 트렉팀, STEAM 등등 방과 후 수업이 있는데 이 또한 모두 무료로 진행이 된다.  대신 방과 후 수업은 자리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대부분 오디션을 통해 뽑히거나 지원서와 에세이를 작성해서 서류심사에 통과해야지만 참여할 수 있다.


한국 아이들은 고도의 경쟁사회에 반대하여 초등교육에선 경쟁을 없앤다지만 이 학교에선 오히려 정정 당당한 경쟁을 통해서만이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걸 어린 나이에도 알려준다. 가만히 있어선 아무도 해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영재반 부모들 사이엔 대학교수가 많은데 UT가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어 굳이 30-40분 출퇴근 시간을 쓰면서 비싼 동네에 살고 싶지 않은 교직원들은 그 자녀를 보먼트에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학부모이신 시 전공 영어과 교수님이 아이들 시 수업을 해 주시고 물리학과 교수님이 STEAM 수업을 해 주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이 지역의 메그넷 스쿨들을 평가한 결과 예산과 노력을 많이 들인 것에 비해 그 결과가 미비한 이유로 메그넷 스쿨에 대한 교육예산을 대폭 낮추고 메그넷 프로그램을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다행히도 시험을 통해 들어가는 유일한 학교인 보먼트 다른 메그넷 학교들에 배해 예산 삭감에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보먼트도 예산 삭감 때문에 현장학습의 숫자와 학예회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학부모 중 변호사의 도움으로 학부모들이 NGO단체를 세워 도네이션을 받는 수 있게 했고, 연방정부,  주 정부와 카운티 정부를 상대로 교육환경 개선과 예산 확충에 대한 페티션을 작성했다.


예상을 했겠지만 보먼트의 학부모회(PTA)는 거의 영재반 아이들의 부모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을 내고 봉사를 하기에 전문직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영재반 부모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일 뿐더러 학교에서 아이의 교육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부류가 영재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보먼트 같은 특수한 경우엔 전문직 학부모회 회원의 도움으로 이런 저전 법적 조치를 취해 학교의 존립에 힘을 더할 수 있으나 그렇지도 못한 저소득층의 학교들의 취약함을 생각하면 더 안타까울 나름이다.


영재반 아이들을 통해 지역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교육기관과 학부모의 노력이 보이는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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