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말. 나는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있었다.
밑이 찢어지는 고통.
항문과 질 사이에 칼로 밴 듯이 살이 찢어져 딱 벌어져 있은지 한 달이 넘었다. 소변을 누거나 샤워를 할 때마다 따가움에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려울 만큼.
10년 전쯤 둘째 아이를 낳고 6개월쯤 지났을 때 처음 밑이 찢어졌다. 산부인과에 갔더니 헤르페스 바이러스 2형이라며 성병이라고 그랬다. 남편과 주말부부처럼 지낸 지 일 년 반쯤 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처음 성관계를 가진 후 일어난 일이라 너무나 당황스럽고 배신감이 느껴졌었다. 더군다나 다시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탓에 아가씨가 와서 둘째를 봐주고 있는 상황에서 아가씨한테 말하기도 힘들었고 곧이어 남편과 다시 합치기로 돼 있던 때라 친정엄마가 바통을 받아 아이를 봐주시고 이사를 도와주시러 오시기로 돼 있는 상황에서 남편의 외도, 성병, 이혼 등을 친정에 이야기하기도 힘들었다. 남편만 원망하며 혹시 목욕을 시키다 아이에게 옮길까 겁이나 소아과 의사에게 탕목욕을 아기와 같이 해도 되는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남편은 절대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오히려 내가 바람을 피운 건 아니냐고 반문했다. 임신하고 출산한 내가 어떻게 아이를 데리고 바람을 피울 수 있겠냐며 울며 적반하장으로 오리발을 내밀어 대는 남편을 더더욱 미워했다. 지난 10년간 나와 애들밖에는 모른다는 식으로 애정표현을 잘 해 오는 남편이였지만 그런 달달한 애정표현 뒤에도 그때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었다. 내 몸이 계속 반복해서 일깨워 주기 때문에...
처음엔 일 년에 한두 번씩 찢어지던 것이 3년쯤 지나니 한두 달에 한 번씩 찢어지기 시작했다. 이사 온 곳에서 다시 산부인과를 찾아가니 약을 처방해 주었다. 헤르페스 항 바이러스제는 대상포진 약이기도 하다. 찢어지는 느낌이 들거나 찢어지는 즉시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이상하게도 약을 먹기 시작해도 상처가 아무는 데는 일주일 가량 걸렸고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찢어지는 횟수와 기간은 점점 더 늘어나기만 했다. 결국 처음 발병한 지 4년쯤 지나선 매일 약을 먹도록 처방을 받았다. 매일 약을 먹고는 있었으나 배란기 혹은 생리기간,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거나 여행을 가면 어김없이 밑이 찢어졌다. 약을 아무리 먹어도 1-2개월에 한 번씩 찢어져 4-5일 찢어져 있는 것은 여전했다. 찢어질 때마다 병원을 갈 수도 없고, 가 봤자 다른 뾰족한 치료도 없고 그냥 계속 약을 잊지 말고 먹으란 말만 반복하기에 불치병인가 보다 싶어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이번엔 무려 한 달이 넘도록 계속 찢어진 상태를 유지하며 살이 아물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2배로 늘리고 2주를 기다려 봤다. 아무 차도가 없다.
꼭 밑에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 이사를 앞두고 잠시 호텔 생활을 하는 동안 호텔 안이 건조해서였는지 오른쪽 코에서 코피를 흘렸다. 그냥 뚝뚝 떨어지는 코피가 아닌 30분가량 줄줄 흐르는 코피. 선지처럼 안에 고여있던 피 덩어리를 목과 코로 뱄어 낸 다음에야 그 코피가 멈췄다. 그런데 그 이후로 원래 있던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면서 콧구멍 안이 헐었다. 그것도 밑에와 마찬가지로 칼로 딱 자른 것처럼 벌어졌다. 진물이 쌓여 딱딱한 딱지가 콧구멍을 막기도 하고 말을 하거나 코를 풀면 딱지가 찢어지면서 다시 새 살이 드러났다.
처음엔 환절기마다 열리다 닫히다를 반복하다 몇 년 전부턴 일 년 내내 계속 찢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콧구멍 때문에 알레르기 병원에 가도 의사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알레르기 약이 코를 건조하게 만드니 연고나 바셀린을 좀 발라보라는 기본적인 답만 되돌아왔다. 내가 그런 것도 안 해봤을 줄 아냐? 그걸로 해결됐으면 돈들이고 시간 들여 왜 전문가를 찾아왔겠냐?
둘째 출산을 앞두고 여느 산모들처럼 발이 퉁퉁 부었다. 근데 출산을 하고 나서도 왼쪽 발등의 그 퉁퉁 부은 느낌이 가라앉지 않았다. 육안으론 분명 부은 모습이 없는데 손으로 발을 만지면 서걱서걱하는 느낌이 퉁퉁 부어있을 때 그때의 느낌과 똑같았다. 나는 10년간 그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데 의사한테 물어보면 아무런 이상이 없단다.
알레르기 비염은 점점 심해져 언제 마지막으로 양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어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루 1알 먹으라고 쓰여 있는 약을 낮에 2알 밤에 자기 전 2알 먹어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목 가려움, 콧물, 재채기로 잠이 깼다. 한번 알레르기가 올라오면 목구멍, 눈, 코, 귀 안까지 다 가려워서 어쩔 줄 모르겠고 콧물과 눈물이 수도꼭지 틀어놓은 것처럼 흘렀다. 혹시 운전하는 중에 일어날까 봐 차 안에는 비상용 알레르기 약이 상주했다. 면역치료를 위해 2012년도와 2018년도에 면역주사 치료를 시작해 봤지만 1/1000 단계로 올라오는 순간 아낙플락시아가 찾아와 저협압 쇼크가 오고 평소 땐 없던 피부 발진이 생기고 원형탈모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생겨 면역치료는 포기한 지 오래다. 임의로 알약 수를 계속 높여오던 게 걱정이 돼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하루 6알 까지는 괜찮다는 호탕한 답변을 받았다. 물론 하루 6알을 먹어도 양쪽 코로 숨을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관지가 말라 숨을 쉴 때마다 따가운 느낌이었다. 알약 말고 다른 약을 원하자 코 스테로이드 흡입 스프레이를 2가지 처방해 주었으나 이미 줄줄 나오고 있는 콧물에 약이 씻겨내려간다거나 콧구멍 둘 중 하나는 완전히 꽉 막혀있는 상태에서 스프레이 약 성분이 코 안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날들이 더 많았다.
무릎, 발목관절염. 손목 터널 증후군, 손가락 관절통이 있다. 7년 전쯤 계단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찍은 이후 허리를 삐끗했는데 허리가 낫는 동안 걷는 자세가 이상해서인지 무릎과 발목에 24시간 내내 통증이 있다. 잠을 자려고 해도 아파서 잠이 안 오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첫발을 내 딧으며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이부프로펜 1000mg을 처방받다가 나중엔 관절염 약을 처방받아먹어봤지만 속만 버리고 통증은 약을 먹느냐 마나 똑같아 결국엔 약을 그만 먹기 시작했다. 요리를 하기 위해 칼질을 하는 날이면 손목 통증에 시달렸고 생리를 하게 되면 둘째 손가락 마디가 쑤셨다. 주먹을 쥐기 힘들 정도로 손가락이 아프고 붓는 날이 많았다.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코가 늘 막혀 있으니 두통과 압통에 시달렸고 늘 피곤했다. 관절이 아프니 밖에 나가기가 싫어지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침대 안에 쏙 다시 들어갔다. 몸을 잘 안 움직여서 그런지 손발은 늘 찼고 추위를 많이 탔다. 그러는 동안 몸무게는 점점 늘었다. 우울증처럼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지낸 지 1년. 남편이 보 다보다 못해 골프를 끊어줬다. 밖에 나가서 햇빛 보며 강사랑 이야기도 하고 운동하고 걷기 시작하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그래서 2018년 가을, 난생처음 골프채도 휘둘러 봤다. 주치의를 정하고 병원에 가서 피검사도 해 보고 적극적으로 몸을 챙겨보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미국 의사들이 보기엔 내가 그리 심한 과체중은 아니란다. 엑스레이 상으론 관절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류머티즘이라면 양쪽이 똑같이 증상이 있어야 하고 관절이 붓거나 변형된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라 그냥 퇴행성이 아닐까 의심한단다. 콜레스테롤이 약간 높으나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며 불편하면 이부프로펜을 계속 먹을 것을 권장했다.
2019년 여름 한국에서 지독한 알레르기를 겪고 돌아온 나는 2019년 가을과 겨울을 골골대며 지냈다. 처음엔 여독인가 싶었던 것이 나중엔 독감처럼 열과 구토, 근육통, 호흡곤란으로 2주가량을 보내고 그게 나아질 때쯤엔 감기처럼 또 몸이 아프고... 미각과 후각을 잃고... 병원에 가서 독감 검사를 해 봐도 독감은 아니라 항생제를 처방해 줄 수 없다고 하고... 2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병원에 가서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항생제를 좀 달라고 때를 써서 항생제를 받아냈다. 그러다 가을이 되자 극심한 치통에 시달렸다. 목요일 밤에 시작된 진통은 금요일 아침엔 괜찮아지다가 금요일 밤이 되자 극도의 진통이 찾아왔다. 한쪽 턱을 다물 수도 없을 만큼 부어올라 고통에 몸을 덜덜 떨면서 한숨도 못 자고 진통제로 버티다 월요일에 치과에 갔는데 엑스레이상으로나 육안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단다. 혹시 모르니 항생제를 처방해 준다며 항생제 열흘 치와 입압 가글 약을 받아왔는데 열흘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열흘이 지나 다시 또 치과를 찾아가 항생제 처방을 또 받았다. 부기가 가라앉았으나 통증은 여전했고 여전히 의사는 잇몸과 어금니 치아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항생제 때문에 나는 한 달 내내 설사를 달고 살아야 했다. 나중에 코로나가 터졌을 땐 혹시 내가 겪은 게 코로나는 아녔을까 의심이 가기까지 했다. 이탈리아의 하수도에서 코로나-19 균이 팬데믹 이전 샘플에서도 확인됐다는 기사를 읽은 후엔 정말 내가 겪은 게 코로나라 거의 확신을 했다.
2020년 팬데믹이 터지고 나선 정말 열심히 운동도 했다. 가족들과 밖에 나가서 하루 5-7km가량 걷기도 하고 테니스도 치고. 음식도 골고루 잘 챙겨 먹고, 원래 외식을 자주 하는 건 아니었으나 애들 학교 끝나고 종종 먹던 햄버거도 확 줄였다. 올 3월 피, 소변검사에서 좋은 수치가 나올 걸 예상했는데 여전히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왔다. 나도 나지만 남편의 피검사는 더 형편이 없었다. 콜레스테롤 약을 먹고 있었지만 총콜레스테롤은 299mg/dL, 중성지방은 282mg/dL이나 나왔다. 붉은 육고기뿐만 아니라 흰 살 닭고기도 콜레스테롤에 안 좋다는 하버드 논문을 바탕으로 해산물, 계란 위주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고기는 주말에만 먹고 나름 균형 잡힌 식단을 차린다고 했는데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엔 아직 멀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햇빛을 많이 받아선지 빰에 피부가 붓고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피부과를 찾아가니 포이즌 아이비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포이즌 아이비 같다며 처음엔 먹는 스테로이드를, 그러고 도 낫지 않자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 주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한방 맞았다. 약 설명에는 얼굴에 바르지 말라고 되어있지만 그냥 발라도 된다나. 그리고 한 달 후 얼굴에 또다시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약을 바르면 2-3일 후엔 말짱 해 졌다가 또 2-3주쯤 후엔 가렵다를 반복한다. 19년 가을 이후론 아무리 조심을 해도 질염이 감기처럼 계속 찾아왔고, 방광염으로도 2번이나 고생을 했다.
혹시 루프스인가 싶어 호르몬 검사를 해 봐도 아니란다.
처방약뿐만 아니라 피시 오일, 종합비타민, 유산균, 홍삼부터 시작해 알레르기에 좋다는 작두콩 차, 프로폴리스, 케르세틴 브로메라인, 해바라기 렉시틴, 자궁에 좋다는 크렌베리 추출물 등 각종 건강보조제를 달고 살았으나 그 어떤 것도 뾰족한 도움을 주는 건 없었다.
8월 초 한 달이 넘게 밑이 찢어져 고생하고 있을 때 병원에서 혹시 베체트 증후군인지 의심을 해 생검을 해 놓고 베체트 병을 가지고 있는 지인의 소개로 애틀란타 한약방을 소개받아 약을 한채 지어먹기로 했다. 애틀란타에 가기 전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궁금해 예전 피검사 결과지부터 다 모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혈액 내 염소 함량이 높았다. 고염소 혈증은 피곤함, 근육 약화, 과도한 갈증, 건조한 점막, 고혈압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중 나는 고혈압을 뺀 나머지 증상을 다 가지고 있었다. 스테로이드제가 가저온 부작용이었다. 의사는 ' A Whole food, Plant-based diet'(자연주의 채식)을 추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 두 편, 'The Game Changers'와 'Eating You Alive'을 시청할 강력히 권했다. NutritionFact.org에 가서 내용을 보기를 권했다. WFPB 다이어트가 그냥 '통곡물을 많이 먹고 야채 과일을 많이 먹어라.'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니 단순히 그게 아니었다. 완전 비건 채식, 거기에다 식용유, 올리브유, 코코넛유 등 모든 종류의 식물성 기름과 프로세스 된 음식을 비롯 설탕, 소금까지 끊고 통곡물, 야채, 채소, 콩류로만 식탁을 채우는 채식을 말하고 있었다. 비디오에는 심장질환, 당요, 암 환자들이 단 몇 달만의 식단 조절로 수치들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적 같은 일을 소개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만 기다릴 바에 속는 셈 치고 해 보자. 비디오를 보고 난 그날 저녁 바로 시작을 했다. 그리고 8월 5일 이후로 쭉 자연주의 채식을 하고 있다.
자연주의 채식을 하고 2주가 지나자 코 안이 아물었다. 며칠 더 지나자 밑이 아물었다.
마지막으로 찢어진 지 7주가 지나고 나서였다. 생검 결과 나는 베체트 병이 아니라고 나왔다. 또한 피검사를 통해 헤르페스 바이러스 2형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나왔다. 지난 6년간 매일 먹던 약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던 것이다. 남편이 10년간의 억울한 죄명에서 해방되었다.
한약방에선 피가 모자란 허혈성이라고 간이 약하다고 이야기해 주시며 탕약을 지어 주셨다. 한약을 먹는 동안 코로나가 걸렸다. 이상하게도 가장 많이 아파 누워있던 기간 동안 알레르기 약 없이 양쪽 코로 숨을 쉬며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공기가 통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정말 얼마 만에 느껴본 양쪽 코로 숨 쉬는 해방감인지.
코로나 기간 동안 아예 약을 안 먹은 건 아니지만 종합감기약 Dayquil 속에 들어있는 콧물, 코막힘 약 성분은 평소 내가 먹던 알레르기 약 성분에 비해 미미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걸 바란 걸까? 코로나가 낫고 환절기가 다시 찾아오자 알레르기가 다시 시작됐다. 처음엔 한국에서 받은 분말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시고서 목과 입술이 간지럽다 재채기와 콧물이 사정없이 쏟아져 생강차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줄 알았는데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이전처럼 콧물이 줄줄 흐르고 목과 눈이 간지럽고 눈물이 나고 재채기가 나오는 증상이 여전하다. 피곤이 좀 덜 하긴 하지만 무릎과 발목 관절이 아픈 건 여전하다. 칼질을 할 때 손목이 안 아픈 건 좋은 변화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처럼 기적 같은 변화는 나에게 없는 걸까?
그래도 내 몸안에 염증이 없어지길 바라며 자연주의 채식을 계속하고 있다. 채식도 많이 먹은 날엔 다음날 속이 더부룩 한 걸 느낀다. 다시마 쌈을 먹고 잔 다음날엔 물이 많이, 아주 많이 땡기고 몸무게도 불어있다. 채식을 하고 코로나를 겪고 또 채식을 하고 그러는 동안 8파운드가량이 빠졌다. 체지방도 1.4%가 줄었다. 다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기에 꼭 채식 덕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채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같이 챙기려고 한다. 야채를 많이 먹어서인지 녹색 똥을 싼다. 처음엔 미국 웹사이트에 올라온 콩 수프를 끓이느라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며 이걸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한식으로 바꾸고 나니 훨씬 쉬워졌다. 의외로 한국 블로그와 웹사이트에도 자연주의 채식을 하고 있는 분들의 포스팅이 많이 올라와 있어 아이디어를 얻어 점점 편한 방법으로 채식을 하고 있다. 일단 변비가 없어졌다. 몇 년 전 저탄 고지 다이어트를 해서 한 달 안에 10파운드를 뺀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비해 속이 아주 편하고 음식에 대한 갈구가 적다. 지속 가능하다는 면에서 저탄 고지보다 훨씬 쉬운 것 같다. 텃밭에서 툭툭 뜯어온 야채들로 뚝딱 반찬거리가 한두 개 나온다. 야채 다듬은 쓰레기는 퇴비 통에 넣어버리니 주방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안 쌓인다.
내년 종합검진에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와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