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estas Jan 10. 2021

여행에서 국가의 경계에 눈뜨다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미리 예약해둔 비행기로 치앙마이에서 말레이시아로 이동했다. 아주 진작에 비행편을 예매해둔 덕에 비행기 삯은 많이 저렴했다. 말레이시아는 나에게도 하하에게도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번째 방문은 하하가 만 두 돌이 되기 전에 떠난 가족여행이었다. 이때는 정말 어렸기 때문에 지금 물어보면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하는데, 그렇다 해도 당시 사진들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재구축된 기억으로  형형색색의 나비들, 새 공원, 초록뱀, 전복 등에 대한 얘기를 지금도 가끔 한다.  그때는 유모차와 아기띠를 가져갔다.


말레이시아를 경로에 추가한 것은 경비 절감을 위해 육로를 통해 싱가포르를 가기 위함이 가장 컸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었다. 기대 없이 간 첫 번째 방문에서 나는 말레이시아가 좋았다. 사람들이 쾌활하고 친절해서 호감이 가는 나라였다. 첫 번째 여행경로에 포함시키지 못했던 믈라카와 아이가 좋아할 레고랜드를 가고 싶었다.


치앙마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치앙마이로 갈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공항 구조도 익숙하고 급한 대로 옆사람한테 도움도 요청하고 어떻게든 하는데, 하하가 가만히 있지를 않으니 난감한 상황이 많았다. 발권과 출국심사 줄을 섰을 때, 뛰어가는 아이를 쫓아가 데리고 와서는 다시 줄 맨뒤로 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여러 번 할 수밖에 없었다.

낯선 땅에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라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계속 이러다가는 비행기를 놓치겠다 싶어 하하 팔을 단단히 붙잡고 발권을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맙소사, "쉬.. 쉬..." 하더니 하하의 바지가 젖기 시작한다. 빠이에서부터 낮에는 기저귀를 채우지 않고 있었고,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잠시 갈등은 했지만 말레이시아 이동길에서도 채우지 않았다. 아, 화장실 다녀오면 첨부터 줄을 다시 서야 하는데. 앞뒤 사람들에게 익스큐즈미 쏘를 반복하며 실례를 한 바닥을 훔친 휴지뭉터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그냥 바지가 젖은 채로 그대로 있다가 발권 후에 화장실에 갈 수밖에 없었다. 사진 한장 제대로 찍을 여유가 없었고, 젖은 옷을 갈아 입히고 비행기 좌석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쿠알라룸푸르 비행은 세 시간 조금 못되게 걸린다. 우리는 공항에서 바로 믈라카로 이동하는 계획이었다. 공항 1층에 버스표 파는 곳이 있고, 믈라카행은 맨 왼쪽 창구이고, 믈라카 가는 게이트는 1번이고, 한 시간 간격이니 입국하면 버스표부터 끊어야 하고, 버스가 믈라카 직행인지를 꼭 확인해야 하고. 오는 비행기에서 오차가 없도록 머릿속에 얼마나 되새김질했는지 모른다.


생후 27개월이면 아가로 생각되지만,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 도착했을때, 하하는 분명히 이곳이 조금 전 있던 곳과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곳이라는 걸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 입국장을 빠져나오며 공항의 푯말이나 사람들을 유심히 보고 가리키며 알수없는 말들을 끊임없이 하는 것을 보며 나는 알 수 있었다. 공항에 써진 글자들의 모양이 바뀌었다는 것, 사람들의 생김새나 옷차림이 다르다는 것.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 묘하게 공기가 다르다는 것. 이것은 나라와 나라를 넘어 연속적인 여행을 할 때만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하하는 국가라는 구분이 어떤 것인지를 여행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우리는 공항에서 간단히 점심을 떼우고 버스로 두 시간을 달려 믈라카에 도착해 Jonker Walk에서 도보 5분거리 차이나타운 쪽에 숙소를 잡았다. 에어비앤비에서 발견한 빨간 벽돌의 멋진 다인실 이층집이다. 물론 1층 방 한칸만. 27개월 아이와 함께일때는 5분거리라도 최소 30분은 잡아야이다. 천천히 걸어다니며 길거리 음식으로 말레이시아 첫 저녁식사를 즐겼다. 해산물도 닭고기도 좋아하는 하하는 말레이시아 음식도 아주 잘 먹었다.


믈라카는 독특하고 멋진 도시다. 여러 국가의 식민통치를 버텨낸 흔적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관광지로 만들었다니, 이 얼마나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작가의 이전글 아이 짐을 줄이면 얻게 되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