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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일어나 여행기를 썼다. 부지런히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큰 유리창 밖으로 붉은 태양이 만델레이의 하늘을 붉게 물들여놓고 있었다. 토스트를 굽고, 수박과 대추와 참외를 담고, 볶음밥과 볶음국수를 담았다.
다른 호텔이나 식당과는 달리 짜지 않아 좋았다. 오늘은 식당에 일찍 올라왔다. 식사를 여유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생님팀이 늦게 식당에 왔다. 이제 와서 언제 먹나 싶었다. 7시 30분까지 로비로 나가야 했다. 선생님이 늦게 왔으니 좀 늦으리라 생각하고 여유 부리며 나갔더니 우리가 맨 꼴찌였다. 샘이 일등으로 나왔단다. 우린 5분이 늦었다.
오늘 껄로를 가는데 선생님은 비행기 시간이 9시 15분인데 9시 55 분이라고 착각했다.
“우리 시간 없어요. “
“허리 허리”
운전기사는 8시 15분까지는 갈 수 있다고 장담하며 마구 달렸다. 앞차를 여러 번 추월하여 드디어 만델레이 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여권을 준비했다.
“만일 비행기를 놓치면 어떡하지요?” 장 샘이 물었다.
“비행기 만들어서 가던지 하지요.” 샘이 답했다.
가방을 일괄로 부치고 탑승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 5번으로 갔다. 아직 탑승은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난 비행기 놓칠 것 같다. 그러면, 비행시간 전까지 택시 빌려 놀자고 생각했고, J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긍정의 힘이 이겼다.
오늘 새벽같이 일어나서 인지 공항 가는 내내 졸고, 비행기 안에서도 내내 졸았다. 기분이 좋았다. 30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껄로의 해호 공항에 도착했다. 걸로는 여름 낮의 태양으로 무척 뜨거웠다. 도로가엔 휴지도 없고 매우 깨끗하여 청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샘이 호텔로 데려다 줄 차량을 수배해 왔다. 택시 지붕 위에 짐을 싣고 한 시간 여를 달려 파인 브리즈 호텔에 당도했다. 도중에 내려 전망 좋은 곳에서 단체사진도 찍었다.
파인 브리즈 호텔은 아담하고 아기자기했다. 짐을 내려놓고 곧바로 트레킹에 나섰다. 우선 점심을 먹으러 중국 식당에 갔다. 뭔지도 모르고 포크 케밥이란 것을 시켰다. 온갖 야채와 캐슈너트가 들어있었다. 별도로 쌀밥을 시켜서 비벼먹었다. 온통 기름 투성이어서 기름밥을 먹는 것 같았고 캐슈너트도 밥반찬으로는 적당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속이 느끼했다. 미얀마 온 후 최대의 고비였다. 오렌지 한 조각으로 속을 달랬다.
곧 트레킹을 함께할 쪼민씨를 만났다. 그는 선생님과 전에 만나 친구가 된 사람이다. 2년 전에 알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았단다. 샘은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 같다. 드디어 트레킹. 태양은 강하고 몇 발짝 떼니, 금새 더워졌다. 겹쳐 입었던 옷을 벗었다. 일단 시장을 통과했다. 오늘은 장 서는 날이란다. 삔우린 시장보다 더 활기차고 과일류도 신선했다. 사람들은 올망졸망 뭔가를 앞에 놓고 팔고 있었다. 마늘도, 당근도, 양파도, 고무마, 토마토, 거의 모든 농산물이 우리나라의 것에 비해 무척 작았다. 붕어를 팔기도 하고 건어물을 팔기도 했다. 칠리 파우더도 길에서 팔고 있었는데 오가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흙먼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낙천적이어서 인지 사방에서 날리는 흙먼지에 무방비 상태로 전혀 의식을 하지 않았다.
시장을 벗어나 마을길을 따라 올라 산길로 향했다. 강한 햇살에 몸이 피곤했다. 서서히 산길로 들어서고 길은 평탄했고 그늘이 있었다. 시원한 그늘로 산길을 걸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번 미얀마에 와서 몇 번의 산행을 통해 걷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나라의 그 아름다운 둘레길을 하나씩 걸어보아야겠다. 지난번 띠보 트레킹 때에는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이 몰려나왔는데 이곳은 혹이 있는 흰소와 검은 버펄로가 간간이 나타났다. 농사는 건기에만 하고 우기는 물이 차올라서 할 수 없단다.
트레킹 길은 붉은 황토 흙이었고 넓게 펼쳐진 밭에 파와 당근, 배추와 같은 채소들이 심어져 있었다. 걷다 보니 원두막이 나왔다. 원두막 바닥엔 돗자리가 깔려 있어 한 숨 자고 가도 될 정도로 넓고 안락했다. 가이드 씨가 오렌지를 하나씩 주었다. 우리 주려고 시장에서 샀단다. 우리 한국에서 먹는 것보단 맛이 덜하다. 트레킹은 3시간 정도 걸은 후에 끝났다. 한 가게에 들러 주스를 마시며, 가이드는 우리가 타고 갈 차량을 구할 때까지 기다렸다. 꽤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나타난 것은 트럭이다. 앞에 둘이 앉을 수 있고 짐칸에는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아야 했다. 이곳에 와서 별것을 다 타본다고 생각했다.
날은 어스름해졌고 트럭은 길을 따라 달렸다. 길가엔 작은 돌들이 부려져 있었고, 군살 하나 없는 남자들이 돌담은 큰 바구니를 어깨에 메고 걷고 있었다. 오토바이와 차의 질주로 돌을 갈아낼 때 만들어지는 하얀 가루들이 날렸다. 저 돌가루들을 계속 마셔대면 건강에 문제가 있을 텐데, 하는 염려가 들었다.
트레킹을 하며, 차를 타고 달리며 본 미얀마의 대지는 무척 풍요롭고 기름지단 느낌이 들었다. 사람도 좋다. 항상 웃으며 따듯하게 대해주는 그들이 무척 고맙다. 그러나 청결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 같다. 이곳의 군부 세력과 스님 세력이 서로 견제하는 듯이 보이지만 서로를 눈감아 주며 부패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을 우매화하기 위해 대학은 고교 졸업생의 20프로만 갈 수 있도록 정해 놓았다 한다. 이들의 종교는 그들에게 신앙인가 혹세무민의 방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