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 10. 항주-서호, 영은사 / 상해 야경
항주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6대 고도 중 하나로 아름다운 서호가 있고 중국 선종 10대 고찰의 하나로 영은사, 육화탑, 그리고 유명한 용정차가 있다.
서태후가 이화원에 공병호라는 인공호수를 조성했는데 이것이 바로 서호를 본떠서 만든 것이다.
서호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수영, 낚시, 화장실, 기름배를 금지하고, 강바닥에는 민물고기를 키워 수초를 제거한다. 또한 이 서호에서는 민물진주를 양식하고 있다. 항주가 아름답다는 것은 이 서호가 있어서 일 것이다.
서호는 항주 시내의 서쪽에 있는 천연호로 3면이 산으로 되어있고, 호수 주변은 4계절 내내 끊이지 않고 꽃이 피어나지만 특히 4월이 아름답다. 서호는 아침, 점심, 저녁, 맑은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등 상황에 따라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갖춘다고 한다. 특히 백낙천, 소동파가 즐겨 시를 읊었던 곳이다.
유람선을 타고 서호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서호의 나룻배를 보면 사공이 뒤로 앉아 노를 젓는 것을 볼 수 있다. 당 현종이 이곳에서 양귀비와 함께 물놀이를 하는데 사공의 눈이 신경 쓰여 뒤로 앉아서 노를 저으라고 명령한 뒤로 지금까지 이곳에선 노를 뒤로 젓는다. 서호를 보고 육화탑을 보고 항주에서 버스로 2시간 반 걸려 상해로 왔다.
요즘 중국에선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의 가수들, 탤런트, 그리고 드라마들... 인기 최고 드라마는 '사랑이 뭐길래'와 '순풍산부인과' 다. '사랑이 뭐길래'는 중국 남자들에게 인기인데, 이유는 중국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쥐여 살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이 드라마의 대발이 아버지를 보고 느낀 것이다. 사나이 대장부가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대발이 아버지 이순재 씨가 한 명언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말. 중국 남자들은 대리만족과 함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농심 신라면. 광고 문안은 "사나이 대장부는 신라면을 먹어야 돼." 중국 남자들은 사나이 대장부로서 열심히 신라면을 먹고 있다 한다.
상해는 10년 전에는 어부들이 많았으나 소주, 항주의 특산물인 비단으로 무역을 하면서 발전되었고, 김 정일은 상해의 포동 지역을 보고 천지개벽을 했다며 놀랐다. 상해를 보고 있으면 여기가 중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지경이다. 상해에는 468미터의 동방명주 탑이 있고 세계에서 (9.11 테러 이전 세 번째) 두 번째로 높은 88 빌딩이 있다.
강택민은 상해시장이었고 중앙정치의 60%를 상해 사람이 맡고 있다. 상해는 아편전쟁 이후부터 국제도시가 되어왔고 중국 부자들의 대부분이 상해에 살고 있다.
상해에는 외제차도 많은데 보통 부자 아니면 못 탄다. 우선 차값이 8천만 원(차값 4000만+세금 4,000만), 차 넘버 붙이려면 3,600만 원, 따라서 1억 2000만 원은 있어야 외제차를 끌 수 있다.
황포 공원에 가보았다. 이곳은 1860년대 영국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이 황포 공원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써져 있었다고 한다. "중국인과 개는 들어오지 마시오."
황포 공원 건너편에는 이국풍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를 외탄 지구라 한다. 서구 열강 세력이 물러가고 이 건물들을 국가에서 몰수하여 은행으로 사용하였다. 강 건너에는 상해의 미래를 보여주는 초현대식 건물들이 솟아있었다.
황포 공원에서 강을 건너 바라다본 상해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스름하게 날이 저무는 가운데 동방명주 탑과 88 빌딩은 하나 둘 불을 켜기 시작했다. 와! 탑이 저렇게 아름답다니.. 탑이 신비스러웠다.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달리 22세기의 도시 같았다.
나는 안달이 났다. '우리 저 탑 올라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올라가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저녁을 먹고 유람선을 타며 상해의 야경을 감상했다. 밤에는 동방명주 탑과 88 빌딩이 더 환상적 이리라고 기대했는데... 중국인들은 절약정신이 강하다. 건물에는 불이 많이 꺼져있었다. 동방명주 탑과 88 빌딩에 대한 내 환상도 깨어졌다. (절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정말 멋있다. 그러나 해 질 무렵의 상해는 그보다 훨씬 더 기막히게 환상적이었다.)
옵션으로 동방명주 탑을 올라가 보기로 가이드는 결정을 내렸다. 나는 가지 않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내가 좋아할 거라고 느꼈던 일행들은 가지 않겠다는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나는 배신자가 되었다. 말은 내가 꺼내놓고 정작 다른 사람들 다 가게 해 놓고 빠지다니... 가이드는 비희 망자 3명과 TC를 백화점 앞에 내려놓고 탑으로 향했다.
신난다. 이렇게 상해의 거리를 걸어보다니..
패키지 여행의 답답함이 이제야 조금 풀린다. 일행 중 두 교수님은 오렌지도 사고 과자도 샀다. CD점에 들러 우리나라 가수들의 CD도 구경하였다. 상해의 번화가인 남경로를 걸었다. 그렇게 1시간 넘게 방황하다 일행을 만나 호텔에 왔다.
탑에 올라갔던 일행들은 너무너무 좋았다며 우리를 약 올린다. 내가 약 오를 줄 알지? 아니다. 정말 다행이다. 내가 말 꺼내놓았는데 탑이 별로 좋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나 미안했겠는가? 좋았다니 정말 마음이 놓인다.
호텔방에 짐을 놓고 황선생님과 나왔다. 맥주홀에서는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한 여자 가수가 흘러간 팝송을 부르고 있었다.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호텔을 둘러보고 3층으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공짜 음악 감상을 했다. 황 선생님 왈 " 이그, 저기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