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은 차례차례 흘러간다

단편 - 4

by ForestOfApocrypha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존재한다. 오래전 자신이 탄생한 순간,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의 첫 만남, 우연히 찾아온 행복이 마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순간처럼 말이다.

반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 또한 존재한다. 영혼의 단짝을 기나긴 자연의 여행길에 떠나보낼 때, 이별의 순간이 남긴 마음의 상흔들로부터 떠오르는 고통스러운 회상들, 그리고 모두의 앞에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순간들처럼 말이다.

우리는 매 순간을 살아가지만, 그 순간은 쏜살같이 과거가 되어 기억이라는 작은 창고 방에 쓸쓸히 잊혀 간다. 모든 것을 붙잡고 기억하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반면 과거 속에 영원히 묻어두고 싶은 순간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우리를 괴롭히곤 한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 우리는 그 순간들을 잊고, 받아들이고, 체념하게 된다. 그것이 현재와 미래라는 억센 풀숲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인간들이 마주해야 할 숙명이자 과업이다.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순간은 결국 시간 속에 매몰되어 언젠가, 언젠가는 잊힌다.

매시간 흘러가는 순간들은 마치 거대한 강물처럼 차례차례 흘러들어오고 흘러 나간다. 우리는 그저 그 순간들의 강에서 미세하게 풍화되어 가는 한낱 돌멩이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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