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52
어떤 이는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오른다.
넘어지고, 숨이 차오르고, 다시 일어서며 조금씩 정상에 가까워진다.
그 길 위에는 땀과 눈물,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흔적이 남는다.
또 어떤 이는 태어날 때부터 정상에 서 있다.
풍경을 즐길 줄 알고,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본다.
겉으로는 같은 높이에 서 있는 듯하지만, 그 풍경은 다르게 다가온다.
밑에서 올라온 사람은 아래를 기억한다.
작은 성취에도 감사하고, 발자국 하나에도 의미를 느낀다.
정상에서 시작한 사람은 풍경의 아름다움을 안다.
그러나 때로는 그 풍경에 목마르지 않는다.
진짜 정상은 높은 곳이 아니다.
걸어온 길을 잊지 않는 마음,
아래를 궁금해하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정상’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정상은 자리가 아니라, 오늘의 나를 대하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