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46
방금 저녁 식사를 마치고, 책 52 Ways to Walk의 한 장을 덮었다. 챕터 42, 식사 후 걷기. 책장을 덮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단 10분.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바람이 뺨을 스쳤고, 매미 소리가 귀를 채웠다. 땀이 이마를 적시더니, 이내 몸이 가벼워졌다. 심지어 웃음이 나올 만큼 의외의 결과—방귀가 몇 번 터져 나왔다. 몸이 제 역할을 되찾았다는 신호였다. 그 짧은 걷기만으로도 소화가 빨라지고, 혈당이 안정되며, 장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책에서 말한 “배변 빈도와 배변량이 달라진다”는 문장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는 걸 몸이 먼저 증명해 준 셈이다.
생각해보면 단 10분의 걷기는 넷플릭스 한 편의 ‘자동 재생’보다 훨씬 값진 투자다. 화면 앞에서 무심히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즉각적인 보상을 돌려주는 시간. 그런데 왜 그토록 쉽게 잊고 살아왔을까? 아마도 우리는 ‘편안함’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걷기의 단순한 기적을 종종 잊어버리는 것 같다.
52 Ways to Walk는 걷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철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나는 결심했다. 이 52가지 방식을 하나씩 실험해보고 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록하겠다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건강의 루틴이 될 것이다.
오늘 저녁, 나는 깨달았다. 식후 10분의 걷기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내 몸이 가장 먼저 감사하는 작은 기적이다. 넷플릭스는 잠시 미뤄도 되지만, 내 몸과의 대화는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