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47
걷기는 단순한 이동도, 단순한 운동도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워치가 기록하는 숫자에 매달려 걷기를 ‘소모 칼로리’나 ‘걸음 수’로만 환산한다. 하지만 걷기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삶과 마주하는 방식 그 자체에 있다. 걷기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만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비, 바람, 추위, 더위, 배고픔, 지루함, 혹은 차라는 편리한 발명품은 우리에게 수많은 변명을 허락했다.
그 결과 우리는 걷기의 가치를 잊고 살아왔다. 하지만 차 대신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풍경은 달라진다. 골목마다 숨은 결이 드러나고, 나무와 하늘, 바람과 별빛이 벗이 된다. 걷기는 자연과의 연결이고, 우정을 키우는 시간이자,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다.
걷기의 효과는 건강에서도 분명하다.
규칙적으로 걸으면 당뇨를 예방하고, 심장을 지키며, 암의 위험을 줄이고, 혈압과 체중을 낮추고, 우울과 불안을 완화한다. 그러나 걷기의 진짜 힘은 육체보다 마음에서 시작된다. 철학자 니체가 말했듯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기에서 태어난다.” 걸음을 옮길 때 우리의 마음도 움직인다. 얽힌 생각이 풀리고, 억눌린 감정이 흘러나온다. 걷기는 움직이는 명상이며, 세상과 다시 화해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오늘처럼 복잡하고 불안한 시대에 걷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걷기는 우리에게 신비로움과 기쁨, 놀라움과 자유를 동시에 돌려준다. 차와 속도의 시대에 발을 내딛는 행위는 어쩌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급진적인 저항일지 모른다.
이제 다시 묻자. 오늘 당신은 몇 걸음을 걸었는가가 아니라, 그 걷기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