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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선율 속에서 외로움과 화해하다

에피소드_9894

by 인또삐

오전 내내 네 번째 책 <AI 감독> 출간 제안서를 쓰느라 정신없이 몰입했다.
그런데 문득,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밀려왔다.

나는 종종 무언가를 끝낸 뒤 이런 기분을 경험한다.
노력의 무게만큼 결과에 대한 기대가 커서일까.
분명 이유는 있지만, 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낯선 외로움.


나는 커피를 내렸다.
핸드드립의 느린 리듬,
창밖에 내리는 비,
그리고 쇼팽의 녹턴 13번 C단조.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내 마음을 잠시 붙잡았다.


왜 인간은, 왜 나는,
이렇게 스며드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막아내지 못하는 걸까.
단지 성격 탓 일까?
아니면 타고난 DNA의 무게일까?
그저 그렇게 설명하고 넘어가면 되는 걸까.


피아노 선율이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격정 속에서 다시 찾아오는 고요.
음악은 늘 그렇듯,
나의 내면에 길을 낸다.

비는 멈추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조금 평온해졌다.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손님이지만,
때로는 음악과 비, 그리고 한 잔의 커피가
그 손님과 나를 화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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