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891
어젯밤은 오랜만에 혼자였다.
아내가 출장으로 집을 비운 탓에 모처럼 외로움을 느꼈다.
그 외로움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하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아 준비 중인 소설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넷플릭스를 켜고 평소 즐기지 않던 SF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내가 쓰고 있는 소설도 같은 장르이기에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첫 도전인 만큼 서툼은 계속 마음을 무겁게 했다.
무지는 때로 용기를 준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거침없이 비판하고,
쉽게 의견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이 가진 무게와 어려움을 알게 되는 순간,
비로소 겸손해진다.
어젯밤 영화는 내게 다시 일깨워주었다.
소설가와 영화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그들의 노동이 얼마나 치열한지.
나도 이 힘든 시간을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멋진 도전을 완성해낸 나만의 만족과 성장이
조용히 찾아올 것이다.
오늘도 다시, 글을 써 내려간다.
ALL IS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