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890
나에겐 평생 단 한 번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평생 소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지만, 어느 날 불현듯 인생 첫 소설에 도전했다.
2주 동안 몰두한 끝에, 마침내 첫 화의 원고가 완성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그것도 소설이라는 낯선 장르에 뛰어들다니.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첫째, 혼자의 힘으로는 버거운 일이 있다는 것.
둘째, 시작을 하면 어떻게든 끝을 맺게 된다는 것.
셋째,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타인을 감동시키는 글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무엇보다 소설은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통해 독자의 생각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몸이 무겁고 마음도 지쳐 있었다.
그때 유학 중인 아들과의 통화가 이어졌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소설 이야기로 흘러갔다.
아들은 스토리 라인이 흥미롭다며 칭찬을 건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독자의 반응에 예민했고,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런데 대화의 끝자락, 아들이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저도 하루하루 힘들어요. 그런데 아빠가 나이 들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걸 보면서, 저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요. 오히려 제 힘듦이 하찮게 느껴지고, 용기가 나요.”
그 말에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순간, 지난 2주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
아들의 한마디가 아버지의 하루를, 나아가 인생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 장면을 곱씹으며 나는 생각했다.
지금 시대의 부모는 더 이상 자녀에게 ‘모범 답안’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함께 버티고, 함께 흔들리며, 도전과 실패를 나누는 동반자에 가깝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다.
그리고 부모도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힘을 얻는다.
그렇게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순간,
모두가 조금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