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889
약 2주전, 유튜브에서 구글 딥마인드 대표 데미스 하사비스의 인터뷰를 보다가
그가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간, 나의 엉뚱한 호기심이 폭발했다.
‘그래서... 나는 어떤 분야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지?’
영상 전공이라 화학상은 안 되고, 평화상은 좀 멀고,
남은 건... 문학상?
그래, 얼마 전 한강 작가님이 받으셨지.
그럼 나도 슬쩍 한 번—후보라도 노려보자.
그날 밤, 나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쯤에서 이미 연휴는 사라졌다.)
그 후 브런치에 첫 SF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10편의 에피소드를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 스스로에게 건 저주였다.
이틀 전 첫 화를 올렸고,
그 뒤로는 매일 새벽까지 수정, 또 수정.
점 하나, 쉼표 하나가 인생의 문제처럼 느껴졌다.
글이 아니라 운명 수술 중인 기분이었다.
그때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지금... 내 인생 가장 긴 연휴 중이잖아.’
그렇다.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나는 문장을 고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취미가 아니라 일종의 질병이다.
물론 영상 편집을 할 때도 비슷했다.
프로는 멈출 타이밍을 아는데,
아마추어는 ‘딱 한 번만 더’ 하다 새벽을 맞는다.
나는 여전히 후자다.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도전은 욕망일까, 아니면 성장의 본능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욕망이 없다면 시작하지 못하고,
성장이 없다면 버티지 못하니까.
언제쯤 이 글쓰기가 ‘일’이 아닌 ‘놀이’가 될까.
그날이 오면, 진짜 연휴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이렇게 다짐해본다.
“내가 쓴 이 글, 언젠가 노벨상 심사위원이 볼 수도 있다.”
(물론, 그 전에 아내가 먼저 읽고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노는 듯 일하고, 일하는 듯 노는 사람.
결국 인생은 그런 사람에게 가장 재미있게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