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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희미해진 시대에, 어떻게 쉼을 배워야 할까?

에피소드_9888

by 인또삐

오늘은 추석이다.
어릴 적엔 이 날이 기다려졌다.
집안은 분주했고,
기름 냄새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 풍경이야말로 명절의 온기였다.

이제는 그 모습이 조금 달라졌다.
누군가는 귀향길에 오르고,
누군가는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또 어떤 이는 여행을 떠나고,
어떤 이는 집에서 조용히 쉰다.

모양은 달라도 마음의 방향은 같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그건 세대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다.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인간은 관계를 잇기 위해 이야기를 만든다.”
명절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다.

조상에게 감사하고,
가족을 돌아보며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

부모 세대는 그 이야기를
모이고, 음식을 나누는 방식으로 지켜왔다.
그 덕분에 가족의 끈은 단단했다.

지금 세대는
그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밥상 대신 전화로,
제사 대신 메시지로.

형식은 달라졌지만,
진심은 여전히 같은 자리다.


명절이 꼭 제사상 위에서만 피어나는 건 아니다.
밥을 지으며 부모님께 전화를 걸고,
하늘을 보며 “올해도 무사히 지냈어요”라고 속삭이면,
그것도 충분히 명절의 인사다.

굳이 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명절 하루로 가족이 가까워지진 않는다.
평소의 대화,
작은 관심,
함께 웃은 순간들이 쌓여야
명절의 하루가 따뜻해진다.

가족관계는 하루의 의례가 아니라,
매일의 마음이 만드는 긴 이야기다.
명절은 그 이야기의 쉼표다.
잠시 멈춰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


명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변했을 뿐이다.

부모 세대가 지켜온 전통의 마음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고,
우리는 그 마음을
우리 시대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결국 명절은
‘감사의 형식’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있는 한,
명절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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