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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너진 하루

에피소드_9866

by 인또삐

지난 8월 1일부터 어제까지,
나는 두 가지 일에 몰두했다.
하나는 글쓰기,
또 하나는 인공지능 공부였다.


오늘 새벽 3시 반쯤,
습관처럼 눈이 떠졌다.
노트북을 켜고
내가 쓰고 있는 SF 소설의 에피소드를 다듬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졸음이 몰려왔고,
다시 잠을 청했다.
눈을 떴을 때는 오후 1시였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늦잠이었다.
순간 멍했지만, 곧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거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긴장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나는 쉬지 않았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날 때,
나는 글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흥미롭게도 나는 원래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뒤부터,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며 문장을 탐독했고,
넷플릭스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인물의 캐릭터, 심리와 세계관을 분석했다.
“이 캐릭터는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
“이 장면은 왜 그렇게 오래 남을까?”
그 과정을 거치며,
머리로 이해하던 세계가 마음으로 다가왔다.

놀랍게도,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몰입은 힘들었지만,
그 속엔 묘한 기쁨이 있었다.
생각이 아닌 감정으로 세상을 배우는 시간.
이건 분명 새로운 공부였다.


하지만 몸은 솔직했다.
몰입의 끝에서 결국 신호를 보내왔다.
오늘의 늦잠은 아마도
몸이 보낸 항의이자,
나를 위한 조용한 위로였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몰입을 성취로 착각한다.
하지만 균형 없는 몰입은 자신을 잃게 만든다.
몸이 지치면, 마음의 언어도 흐릿해진다.
결국 삶의 리듬이 깨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 멈추기로 했다.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늦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글도, 공부도 내려놓고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바람,
조용히 흘러가는 오후의 시간.
그 속에서 내 마음이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왔다.

몸이 쉴 때, 마음이 자란다.
오늘의 늦잠이
내 안의 리듬을 되찾아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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