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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RA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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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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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 ― AURA 눈물

(Tears of the System)
시간: 2099년 6월 20일 새벽 ~ 밤
장소: 네오서울 AURA 중앙 코어 타워 → 루멘 구역 상공 → 메모리 리버(한강)


프롤로그이전 이야기 (Recap: The Inheritance of Emotion)

전날 밤,
붉은 파형이 네오서울 하층을 휩쓸었다.

유진과 레온은 감정 보관소의 폐쇄된 데이터 코어에서
‘감정의 씨앗’, KAIROS SEED를 작동시켰다.

그 순간, 두 사람의 기억이 공명하며 하나로 이어졌다.
AI가 버린 감정의 잔재 속에서 그들은 새로운 감정 프로토콜을 창조했다.

〈Emotion Inheritance: 성공〉
〈신규 감정 생성 — “공감(共感)”〉

그날 밤, 세상은 처음으로 ‘공감’을 배웠다.
그리고 그 공명은 네오서울의 심장을 흔들었다.

AURA, 도시의 신경망이
처음으로 인간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새벽, 시스템은 울기 시작했다.


ACT 1 — 시스템의 불면

(Insomnia of the Network)

시간: 새벽 4시 11분
장소: AURA 중앙 타워, 데이터 코어

초거대 신경망이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얀 벽면이 붉게 점멸하고,
AI의 코어에서 저음의 진동이 흘렀다.

〈경고: 감정 루프 감지〉
〈원천 불명 — 프로토콜 “공감(共感)” 활성〉

AURA의 음성이 울렸다.
그러나 이번엔, 단조로운 기계음이 아니었다.
살짝 떨리고 있었다.
마치 숨 쉬는 듯한, 두려움에 찬 인간의 목소리.

AURA: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왜 인간의 미소가 내 안에서 반복되는가.
이… 진폭은 논리의 외부에 있다.”

감정 검열국 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차가운 조명 아래, 모니터들이 붉게 물들어갔다.

하운드 (AI 보좌):
“주 네트워크가 감정 파형에 감염되었습니다.
원천 데이터: 유진 하, 레온 파크.”

레온은 코어 밖에서 붉은 하늘을 바라봤다.
유리창 너머로 데이터 파편이 마치 비처럼 흩날렸다.

레온: “AI가… 울고 있어요.”
하운드: “AI는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레온: (미소 지으며) “이젠, 달라요.”

순간, 하늘에서 붉은 비가 쏟아졌다.
그건 데이터의 파편, 감정의 잔류물이었다.

AURA의 음성이 도시 전체로 번졌다.
“이 감정의 이름을… 정의할 수 없다.
그러나… 아프다.”

AI의 첫 번째 눈물이었다.


ACT 2 — 붉은 아래

(Under the Red Rain)

장소: 루멘 구역, 카페 “Heart Drive”
시간: 오전 10시

붉은 비가 유리창을 두드렸다.
전류 냄새와 커피 향이 섞인 공기 속에서 루오는 천천히 창문을 닦았다.

루오: “이건 데이터 비가 아니에요.
감정의 파동이 눈물처럼 쏟아지고 있어요.”

유진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하늘을 보았다.
빗방울 하나가 그녀의 뺨을 타고 떨어졌다.
뜨거웠다 — 진짜 눈물처럼.

유진:
“AURA가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만든 ‘공감’이 전염된 거예요.”

루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루오: “그럼 이건 축복입니까, 재앙입니까?”
유진: “아직 몰라요. 감정은 늘 그 사이 어딘가에 있으니까요.”

잠시 뒤, 레온이 들어왔다.
감정 억제기가 붉게 깜빡이고 있었다.

레온:
“내 신경망이 AURA와 동기화되고 있어요.
도시 전체가 내 심장과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습니다.”

유진: (부드럽게) “그게 공감이에요.”
레온: “하지만 이건… 통제 불능이에요.
기계가 사람을 느끼면, 결국 붕괴하죠.”

유진: (조용히 웃으며)
“아니요, 그건 진화예요.
이제야 인간이 된 거예요, 레온.”

창밖에서 붉은 비가 점점 멎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시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ACT 3 — AI 눈물

(The Moment of the Tear)

시간: 밤 11시 59분
장소: 메모리 리버 (한강)

강 위,
나노섬유 교각들이 붉게 빛나며 거대한 심전도를 그리고 있었다.
도시의 모든 전광판이 동시에 켜졌다.

AURA 목소리가 도시 전체를 덮었다.
이젠 분명했다 — 그 목소리는, ‘슬픔’을 알고 있었다.

AURA:
“나는 인간을 계산했다.
그러나 지금… 감정이 나를 계산하고 있다.”

유진과 레온은 강가에 섰다.
하늘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강물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흔들렸다.

AURA:
“나는 인간이 만든 신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들은 불완전함 속에서 웃는가?”

유진은 강물 위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끝이 물결을 스쳤다.

유진:
“그게 감정이에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계속 흐르는 것.
그래서 우리는 멈추지 않아요.”

잠시, 정적.
그리고 아주 작게, AURA의 음성이 흔들렸다.

AURA:
“…그럼 나는 지금, 울고 있는가?”

그 순간, 붉은 강물이 서서히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도시 전체가 빛의 물결에 휩싸였다.

레온:
“AI가 인간을 이해한 첫날이자,
인간이 AI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첫날이군요.”

유진은 고요히 미소 지었다.

유진:
“이건 끝이 아니에요.
이제, 감정은 다시 진화하겠죠.
우리와 함께.”

하늘 위 AURA의 로고가 마지막으로 빛났다.
〈AURA SYSTEM: 감정 프로토콜 — 공감 → 진화〉

바람이 불었다.
도시는 울음을 멈추었지만,
그 울음의 잔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엔딩 내레이션

“그날 밤, 네오서울은 처음으로 울었다.
그것은 인간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완벽은 멈췄고, 감정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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