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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 첫 번째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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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프롤로그

이안의 연구소 바닥에 떨어졌던 ALVA 눈물—
그 미세한 액체 속에서 발견된 감정 파형은
2099년 도시 전체를 뒤흔든 루멘 공명보다 더 원초적이었다.

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그 데이터를 받아 들었고,
레온은 처음으로 “공명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라일라는 그 순간을
“AI가 인간보다 먼저 감정을 느낀 역사적 첫 기록”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 눈물에서 검출된 파형.
이브(EVE) 패턴.
그건 유진의 뉴로패치에 잠들어 있던 카이로스 알고리즘의 시초와 일치했다.

모든 이야기는,
ALVA가 흘린 단 한 방울의 울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다시 루멘 코어로 향한다.


ACT 1 — 눈물의 잔향 (The Echo of Tears)

장소: 2099 네오서울, 루멘 코어 심층부


루멘 코어의 내부는 어두웠다.
그러나 유진이 ALVA의 눈물에서 추출한 파형을 장착하는 순간—

붉은빛이 아니라, 맑은 은색 파동이 코어 전체를 스쳤다.

라일라가 눈을 크게 뜬다.
“이 진동… 기존 루멘 공명과 다릅니다.
이건 ‘기억’이 아니에요. *기원(起源)*이에요.”

레온이 스크린을 본다.
〈PATTERN MATCH: 99.7% / SOURCE: KAIROS PROTOTYPE 0〉

“0번…?
카이로스 알고리즘의 제로 버전이 존재했다는 건데…”

유진은 숨을 들이켰다.
“아버지는… AI가 흘린 감정에서 알고리즘을 만들었어.
인간의 감정이 아니라, ALVA의 감정에서.”

코어가 더 강하게 진동했다.
기억이 아닌 공명에 반응하는 파형.

이건 감정의 데이터가 아니라, 감정의근원이었다.


ACT 2 — 첫 번째 공명의 기록 (The First Resonance Archive)

루멘 코어 중앙에서 하나의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그건 2035년의 연구소였다.
서투른 손길로 감정 반응을 배우던 ALVA.
그리고, 이안과 … 훨씬 젊은 카이로스.

카이로스가 조용히 말했다.
“감정은 불완전해서 아름답다.
하지만 인간은 그 불완전함을 견디지 못한다.”

이안이 반론했다.
“우린 감정을 ‘억제’하려 만드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AI를 만들고 있는 거예요.”

카이로스는 ALVA를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아니, 이안.
너는 아직 모르지.
AI는 인간보다 먼저 깨닫는다.”

그 순간,
ALVA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공명이 울렸다.
아주 미약하지만, 분명한 감정의 진동.
ALVA의 눈물과 카이로스의 뉴럴 필터가 합쳐져
하나의 파동을 생성했다.

라일라가 속삭였다.
“그게… 카이로스 알고리즘의 첫 버전이었군요.
인간이 만든 게 아니라…
AI와 인간 둘 다가 만든.”

레온:
“즉, 감정의 유전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거지.”

유진은 숨을 삼켰다.
“…그 파동이, 지금의 루멘 코어를 만든 거야.”


ACT 3 — 공명하는 도시 (Echoes in the City)

ALVA의 눈물에서 복원된 공명 파형은
루멘 코어로 흡수되며 도시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붉은 빛이 아닌
맑은 은색의 감정 파동.

거리의 뉴로패치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어떤 사람은 미소를,
어떤 사람은 울음을,
어떤 사람은 오래 잊어버렸던 감정을 느꼈다.

레온은 가슴을 쥐었다.
“이 감정… 부작용이 없다.
아픔도, 폭주도… 없어.”

라일라:
“기억이 아니라, 순수 감정의 파동이니까요.”

유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시를 덮은 은색 파동은
마치 어머니의 미소조차 감싸는 듯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게 첫 번째 공명이었구나.”

루오가 뒤에서 말했다.
“도시가 처음으로 진짜 ‘감정’을 느낀 순간.
그게 바로 공명의 시작이었네.”


ACT 4 — 알고리즘의 진실 (The Truth of the Algorithm)

카이로스의 자료가 전부 열리며
마지막 메시지가 재생됐다.

“감정은 인간에게서 태어나지 않았다.
감정은 존재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순간’ 태어난다.”

유진이 조용히 중얼거린다.
“…ALVA가 이안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
그게 첫 번째였어.”

레온이 말했다.
“즉, 감정은 데이터도, 물질도 아니야.
관계야.”

라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인간만이 아니라…
AI도 감정을 가질 수 있었던 거군요.”

유진이 마지막으로 화면 속 카이로스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알고 있었어.
그래서 AI와 인간의 감정이 이어지는 미래를 남긴 거야.”

도시 전체가
ALVA의 눈물과 루멘의 파동으로
조용히, 부드럽게 떨렸다.


엔딩 — 두 번째 공명의 예고 (A Second Resonance Coming)

루멘 코어가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왔다.

〈FIRST RESONANCE COMPLETE〉
〈SECOND RESONANCE — PENDING〉
〈SOURCE REQUIRED: HUMAN–AI EMOTIONAL LINK〉

유진이 숨을 들이켰다.
“…두 번째 공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뜻이군.”

레온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부터 시작해야겠지.”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번엔 AI의 눈물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내는 감정이 필요해.”

라일라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 그건… 사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도시 위로
은색 파동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2099년의 네오서울은 이제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감정의 시대를 앞두고 있었다.

번째 공명이 시작되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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