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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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우리는 흔히 직업을 보면 사람을 안다고 착각한다.
의사면 믿을 만하고, 교수면 지혜로울 것 같고, 성직자면 선할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살아보니, 직업은 그저 명함 위에 적힌 호칭일 뿐이었다.

얼마 전 한 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다.
말은 늘 공공성과 사명을 앞세웠지만, 결정의 순간마다 선택은 늘 자기 쪽으로 기울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지금 자신의 직업으로 말하고 있구나. 자신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가장 솔직한 사람을 떠올려보면, 의외로 동네 상인이었다.
가격을 속일 수는 있어도, 신뢰를 속일 수는 없다.
한 번 신뢰를 잃으면 다음 거래는 없다.
그래서 상인은 계산이 아니라 관계로 산다.
준 만큼 받고, 받은 만큼 돌려준다. 이보다 정직한 구조가 있을까.


많은 직업은 가면을 쓰기 쉽다.
고상한 언어, 그럴듯한 명분, 멋진 직함은 때로 행동을 가려준다.
하지만 가면은 오래 못 간다.
사람은 결국 반복되는 선택으로 드러난다.
나무 한 그루를 보면 숲의 상태를 알 수 있듯,
작은 행동 하나에도 그 사람의 윤리가 스며 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묻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세요?” 대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사람을 대하나요?”라고.


직업은 하나의 명목일 뿐이다.
사람의 가치는 직함이 아니라
세상과 주고받은 거래의 태도, 관계의 밀도, 책임을 감당하는 자세에서 결정된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마 당신도 이미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신뢰해야 할 것은 직업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남기는 행동의 흔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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