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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 정동진에 있습니다.
하얀 눈이 바다 위로 조용히 내려앉고,
동해는 아무 말 없이 파도를 밀어 올립니다.
눈은 하늘에서 오고, 파도는 먼 수평선에서 옵니다.
출발은 달라도 결국 우리를 감싸안습니다.
가족의 사랑처럼.
처음엔 그저 바다를 보러 왔습니다.
하지만 눈 내리는 해변을 걷다 보니
풍경보다 먼저 떠오른 건 얼굴들이었습니다.
멀리 있어도, 자주 못 봐도
결국 마음이 향하는 사람들.
카페 창가에서 휴대폰을 내려놓자
파도 소리와 함께
그리움이 또렷해졌습니다.
우리는 흩어져 살아도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새해를 맞이합니다.
이 단순한 사실이 이상하게도 울컥하게 합니다.
설은 거창한 날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잘 지내지?”
그 한마디를 건네는 날로 받아들여 지기를 기대하며.
정동진의 눈과 바다 사이에서
나는 오늘,
가족이라는 이름의 온도를 다시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