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 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2025 프랑스 오픈, 롤랑가로스 덕분이다.
아들이 작년부터 테니스에 푹 빠졌고,
덕분에 우리 집도 어느새 테니스 중계의 진지한 시청자가 되었다.
경기를 보는 눈도 꽤 늘어서,
강한 포핸드에 “와!” 하고
아쉬운 언포스드 에러에는 “에이…” 하는
표정과 숨소리가 달라졌다.
이번 주말은 마침 3일 연휴여서.
처가에 가족이 모였고,
남자 단식 4강전이라는 빅매치가 겹쳤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
거실엔 3대가 모여 앉아
좋은 샷엔 환호하고,
실수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열정의 인간들이 있었다.
딱 그 모습이,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 같았다.
그런데,
그 5명의 구성원 중
두 명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할 일이 있는데…"
"피곤하니까 먼저 잘게요."
그들은 내일을 위해 지금을 미뤘다.
나는 그 두 명 중 하나였다.
아쉽지만, 리모컨을 내려놓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감으며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었다.
"오늘을 산 사람들이 더 멋진 걸까,
내일을 준비한 내가 더 현명한 걸까?"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온몸으로 즐기는 사람들 옆에서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내일’을 위한 최적의 선택을 고르고 있는 순간.
어쩌면 인생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아닐까.
하루살이처럼 뜨겁게 몰입할 줄도 알고,
내일을 위해 멈출 줄도 아는 것.
그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결국 내 방식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
프랑스 오픈의 결승은 이제 곧 시작된다.
이번엔 끝까지 함께 볼까 싶다.
잠깐의 피곤보다,
가끔은 지금을 통째로 누리는 것도
삶에 꼭 필요한 근육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