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학과 졸업작품전 상영회가 열렸다. 매년 그랬듯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줄 알았다. 늘 그랬다. 작품보다 사건이 더 기억에 남는 해가 있었고, 팀원 간 갈등이 뉴스보다 더 극적인 해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모든 팀이 무탈했고, 뭔가 기분이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 시상식이 시작됐다. 이번엔 조금 색달랐다. 매년 몇몇 팀은 빈손으로 내려가며 민망한 침묵 속에 앉아 있어야 했는데, 올해는 그런 장면이 없었다. 학과 임원들과 교수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든 팀에 '맞춤형 상'을 준비한 것이다. 작품 제목이나 팀의 성격에 꼭 맞춘, 아이디어 톡톡 튀는 창의적 참가상들이었다. ‘상상력 대폭발상’, ‘초현실적 세계관상’, ‘장르 파괴상’ 같은. 마치 영화제에 온 것처럼 하나하나 발표될 때마다 웃음이 터졌고, 약간 어색한 표정의 수상자들도 결국 박수 속에서 활짝 웃었다. 누군가 정성 들여 준비한 게 보일 때, 사람 마음은 괜히 찡해진다. 작지만 분명한 배려였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뜨끔했다.
누가 주인공인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무대 위에 내 그림자가 비치길 바라고 있었다. 나는 또 내 몫의 박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그런 나 자신이 괜히 부끄러웠다.
내가 지도한 팀이 편집상과 각본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잘한 결과다. 분명히 기뻐야 하는데, 내심 "지도 교수님 덕입니다" 같은 말 한 줄을 기대했던 내 마음이 한켠을 눌렀다.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당연히 그래야 했기에 더 말이 안 된다.
가르침이란 건, 늘 배경이어야 하고, 응당 무대에 오르지 않는 일이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바라는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어쩌면 이쯤에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나도 좀 알아봐 줬으면’ 하는 아이 같은 마음을 못 버리고 있다.
퇴근길, 생각이 많았다. 스스로가 속물처럼 느껴졌고, 그게 좀 쓰렸다. 그러던 중, 카톡 하나가 도착했다. 각본상을 받은 연출 학생에게서였다.
“선생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딱 그 한 문장이었는데,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래, 나 아직 괜찮은 스승이구나. 꼭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이런 건가 싶었다. 그제야 오늘 하루가 조금 덜 쓸쓸해졌다.
나는 아직 인기와 관심에 연연하는 사람이다.
불완전한 어른이고, 어쩌면 아직도 무대에 오르고 싶은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런 마음을 들킬까 봐 감추는 대신, 이렇게 기록해본다.
누구나 혼자이긴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