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는, 완벽하게

by 인또삐

어제,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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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발을 딛는 일은 늘 두 가지 감정을 데려온다. 익숙함과 낯섦. 설렘과 긴장.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이 도시는, 지금은 내 하루의 끝을 조용히 감싸주는 공간이 되었다.

학교 교수님들과 함께 가오슝에 있는 자매대학을 방문했고, 다시 북쪽으로 올라와 타이베이 시내 숙소에 도착했다.
생애 첫 대만 방문이다. 출발 전부터 마음이 약간 들떠 있었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그 기분은 현실이 되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간판, 익숙한 풍경.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또 낯설다. 돌아온 것도, 떠나온 것도 아닌 그 어딘가. 묘한 경계에 내가 서 있었다.

버스로 이동하며 가이드에게 들은 대만의 역사 이야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공항 입국장에 따로 마련된 ‘일본인 전용 라인’을 보고 의아해했는데, 그 이유를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만은 일본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깊은 감정이 깔려 있었다. 도시의 얼굴도 절반은 일본, 절반은 중국 같았다. 역사는, 항상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이동하고 만나고 먹으며 보낸 20시간.
만약 매일을 이렇게 채운다면, 과연 나는 행복할까?
질문은 떠오르고, 답은 쉽지 않다.

아침, 책에서 읽은 한 문장이 마음을 붙잡았다.
“노화에 맞서 싸운다는 건,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의 균형은 우리가 놓아버린 것들 사이에 숨어 있다는 말도 함께.

나는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있었다.
수영, 놀이동산, 새벽 감성, 작은 술잔… 언젠가부터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묻는다. 이건 자연스러운 변화였을까, 아니면 조용한 포기였을까?

이번 여정은 그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나이 든다는 건 단순히 과거를 줄여가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더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꿈은, 나이 듦에 가장 우아하게 대처하는 방식이니까.

그래서 다짐한다.
끝날 때조차, 나의 20대처럼. 아름답고, 단정하고, 흔들림 없이.
떠남은 끝이 아니라, 잘 접힌 다음 장이다.
그 장면조차 완벽하게 남기고 싶다.

떠날 때는, 그렇게.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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